그린도 숨죽인 황제의 '매직 샷'‥MBC-라온 스킨스게임,몽고메리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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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야드 드라이버샷은 쇼,쇼트게임은 돈.'
세계적인 남녀프로골퍼 4명이 14일 제주 라온GC(파72)에 모여 자웅을 겨룬 '2004MBC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 스킨스게임에서 뛰어난 쇼트게임 기량을 발휘한 콜린 몽고메리(41·영국)가 가장 많은 7만5천달러의 상금을 획득,우승컵을 안았다.
타이거 우즈(29·미국)와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나란히 5만1천달러씩을 기록,공동 2위를 차지했고 박세리(27·CJ)는 예상대로 상금을 따내지 못했다.
이날 대회는 '기량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스킨스게임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우즈는 3백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샷으로 세 선수를 압도했으나 그 '장타력'을 '실속'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 반면 기량·거리면에서 우즈에게 뒤떨어지는 몽고메리는 결정적 순간 버디퍼트에 성공하고 칩샷을 버디로 연결하며 최다상금을 획득했다.
역시 우즈에게 한 수 뒤지는 최경주도 연장전에서 벙커샷을 홀 60cm에 붙이는 단 '한방'으로 15∼18번홀에서 누적된 상금 5만1천달러(4개 스킨)를 따내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라온GC를 설계한 몽고메리는 다른 선수보다 코스를 잘 아는 점을 십분 이용,1번홀부터 버디를 잡고 기세를 올렸다.
그는 2번홀을 우즈에게 내줬지만 4,5,10번홀에서 누적된 스킨 8개를 휩쓸며 일찌감치 선두에 나섰다.
특히 4개 스킨,4만7천달러가 걸린 10번홀(파5)에서 10m거리의 칩샷을 홀인시키며 승세를 굳혔다.
몽고메리는 18번홀(파4)에서도 칩샷이 홀 바로 앞에 멈추는 바람에 5만1천달러를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우즈는 2번홀(3백14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그린오른쪽 러프에 떨어뜨린 뒤 버디로 연결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이후 11번홀까지 몽고메리의 상승세에 막히곤 했다.
우즈는 2개씩의 스킨이 걸린 12번홀과 14번홀(이상 파4)에서 '나홀로 버디'에 성공하며 체면을 유지했으나 이후 스킨을 추가하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드라이버샷이 최고 3백30야드,평균 2백90야드에 달해 몽고메리나 최경주보다 20야드정도 앞섰다.
최경주는 고국팬들 앞에서 경기를 벌이는 부담감에 스킨스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탓인지,버디퍼트한 볼이 홀을 살짝살짝 비켜나가 갤러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18번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그린사이드에서 벙커샷을 홀에 가장 근접하게 떨어뜨리는 선수가 스킨을 차지하는 방식)에 돌입하자 주무기인 벙커샷을 가장 가깝게 붙여 대미를 장식했다.
박세리는 역부족이었다.
남자선수와 같은 '챔피언티'를 사용함으로써 일단 드라이버샷 거리(약 2백50야드)가 30∼40야드 뒤진데다 쇼트게임마저 뜻대로 되지 않아 단 한개의 스킨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날 획득한 상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됐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