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과거 고쳤더니 현재가 꼬인다 '나비효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카오스이론의 모태가 된 '나비효과' 이론이다.
에릭 브레스와 J.매키 그루버가 공동 감독한 스릴러 '나비효과'는 기상학이론을 인간의 운명에 대입한 영화다.


실수한 과거를 바로잡는다면 현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관심사가 구체적인 상황으로 재구성돼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어린시절 끔찍한 경험을 했던 네 젊은이의 삶이 10여년의 세월을 건너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에반(애쉬톤 커처)은 악몽의 현장에 있었지만 정작 사건의 핵심을 기억할 수 없는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


그는 기억을 소생시키기 위해 일기를 써왔으며 성장한 뒤 일기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발견한다.
그러나 '백 투 더 퓨처'식의 모험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면한다.


과거의 상황에 개입해 수정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현재와 다른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기억의 조작과 왜곡을 다룬 '토탈 리콜'이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액션물로 포장됐다면 이 작품은 현실과 과거의 충돌에서 파생하는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끔찍한 경험이 여러 개로 쪼개져 종반부에야 전모가 드러나는 방식에서 긴장이 고조된다.


관객들은 그동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화면에 몰입하게 된다.


에반의 과거 개입은 현실 개선이란 당초 목적과는 반대로 악화일로를 걷는다.


그는 모범 대학생에서 수감자,장애인으로 바뀌고 과거 조작은 언제나 에반의 희생을 요구한다.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현재의 상황이야말로 최선일 수도 있는 셈이다.


악몽은 망각하는 것이 상책이며 운명은 신의 영역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선한 착상의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에는 커다란 결함이 있다.


에반의 과거 개입으로 인물들만 변화할 뿐 주변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친구가 전과자가 되지 않고 에반의 대학 친구로 바뀌는 식이다.


나비효과 이론의 참뜻을 살린다면 인물들이 처한 주변 정황에도 큰 변화가 따랐어야 했다.


게다가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인 애쉬톤 커처의 연기는 실망스럽다.


시간과 상황이 불연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에반의 캐릭터는 처한 상황에 따라 급변해야만 옳다.


다른 세 친구의 캐릭터는 크게 바뀌지만 애쉬톤 커처의 이미지는 거의 변화가 없다.
19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