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순씨 소설집 '작두'.. 방황하는 현대인 내면세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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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손장순씨가 지난 2년여 동안 발표한 단편을 모은 소설집 '작두'(범우사)를 펴냈다.
99년 장편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이후 5년만에 출간한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 '사라진 로그하우스''나는 불 위를 걸어간다''세 다리를 가진 여자'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인간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실체를 깊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형상화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삶의 불확실성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간결한 필치로 그려낸다.
'사라진 로그하우스'는 가보지 않았는데 가본 것 같은,보지 않았는데 본 것 같은 소위 '데자뷔(dejavu·旣視感)' 현상을 통해 불확실성이야말로 현대 문명을 이끌어가는 신화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 표제작 '작두'는 유난히 기계와 친하지 못한 기계치(機械痴)인 한 중년 남성작가가 무녀(巫女)와 사랑에 빠져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통해 물질문명 속에서 참된 영혼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작가가 힘들 때 써낸 것들이다.
남편이 암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가운데 문예계간지 '라 쁠륨'을 운영했지만 재정난으로 결국 폐간하는 등 아픔을 겪으면서도 틈틈이 써 온 작품들이라고 한다.
문학평론가 권택영은 "삶의 허무와 깊은 나락을 꿰뚫어보며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색한 그의 작품들은 근원적인 상실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의지와 용기,감정의 절제 등이 탁월하게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시간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문단에 나온 지 45년이 되어가니 내가 살아온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성숙한 내용이 작품으로 계속 표출되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아직도 시간과의 싸움을 하느라고 열심히 살고 있음을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