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도시 규제완화가 관건

김종훈 기업투자 활성화,고용창출,국가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는 유력 대안으로 기업도시가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도시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제안한 것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살기 좋은 성장 거점형 자족도시를 조성키 위해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주택·교육·의료 등 인프라를 민간기업이 주도해 개발하는 도시를 말한다. 기업도시 건설은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도 크고 외국 성공사례도 많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각계 의견과 입장이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필요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경련은 기업도시 추진 전제조건으로 토지수용권 부여,조세 및 부담금 감면,시설투자에 대한 세제감면 확대,출자총액제한 및 신용공여한도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도시라는 공공재를 민간기업에 이양할 경우 국민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고 엄청난 개발이익이 발생되므로 이익환수를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고 환경파괴나 농지,산림의 훼손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두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부는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기업도시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제정안을 발표했지만 양측 의견을 절충한 것에 불과하다는 중론이다. 관련 부처와 조율도 끝나지 않은 설익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기업도시가 국가와 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인정한다면 이를 대하는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고용창출과 생산유발,그리고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이마저 색안경을 끼고 보려 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이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모든 판단기준은 철저히 국가와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대폭적 규제완화다. 정부는 전경련에서 제시한 조건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특혜시비나 부동산 투기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도요타시,미국 실리콘밸리,스위스 추크시 등 성공한 기업도시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다음은 공익,국익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범주내라면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안을 기업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돈을 끌어들여 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면서 반기업적 정서를 바닥에 깐다면 어느 기업도 투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기업도시도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시민단체 등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감안해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일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철저한 타당성 분석과 추진기업의 역량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가능성이 검증된 2∼3개 지역에 한해 우선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되,그 과정에서 노정되는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또 피드백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익성,공정성,전문성,효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그동안 타당성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산업단지를 조성해 예산을 낭비한 경우가 많았다. 기업 또한 이윤을 추구하는 속성상 단기적 이익에 집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업도시를 추진,건설하는 과정은 전문성을 갖춘 제3자에 의해 엄정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제도의 채택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신감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대승적 차원의 접근노력을 통해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기업도시 건설을 통한 여러 효과 외에 신뢰회복이라는 또다른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jhkim@hanmiparso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