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증시에 대한 시각차

뉴욕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중 하나가 월가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증권시장이나 경제동향을 듣는 자리다. 특파원들은 그들이 미국의 투자은행 전문가든, 아니면 동포든 상관없이 월가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의미있는 얘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행사장을 찾는다. 하지만 1년여 뉴욕에 머물면서 그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히려 짜증나는 얘기여서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들이 입만 열면 하는 얘기는 "한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싸다.앞날은 밝다. 한국 투자자들이 팔 때 외국투자자들은 산다"로 요약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국내 투자자들은 돈을 잃고,버는 사람은 외국인이다"로 귀결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에 실망해서,경제난에 지쳐서 한국 주식을 던질 때 멀리 보는 돈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야금야금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한 기간 동안 보유했다가 적정한 수익을 남긴 뒤 판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40%를 훌쩍 넘었으니 그들이 한국 증시에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놀이터'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빈말은 아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그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내국인들은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주식보다는 부동산이나 고정이자를 주는 예금과 채권을 선호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코리아펀드를 운영하는 도이치자산관리의 존 리 이사는 "국내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손해본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타이거펀드의 아시아지역 대표인 빌 황도 "한국 투자자들이 언제 돈을 번 적이 있나요. 믿고 돈을 맡길 회사도 없잖아요"라고 잘라 말했다. 개인들이 직접투자의 위험한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그들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해줄 수 있는 자산관리회사를 양성하지 않고는 그들의 관심을 증시로 돌릴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한국증시를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 하루빨리 해야 할 일이 자명해진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