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모펀드 모집 '쉽지 않네' .. 투자자 유치 난항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다음달 사모펀드(PEF)를 출범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으나 당초 계획대로 자금을 모으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처음 선보이는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연말 요인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기업·우리·하나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 등은 개정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발효되는 다음달 6일에 맞춰 사모펀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에 따라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 일부 은행은 자체 자금만으로 사모펀드를 설립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12월 중 1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립할 예정인 우리은행은 기관투자가 등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으나 확실한 투자자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검증되지 않아 대상자들이 투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 모집이 힘들면 우선 은행 자체 자금만으로라도 다음달 중 사모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3천억∼1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다음달 중 출범시키기로 하고 현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가입을 설득하고 있지만 계획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기관투자가의 경우 연초에 세운 자금운용계획 때문에 갑작스런 투자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했던 펀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선 출범시기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다음달 중 선보일 계획인 기업은행은 사모펀드운용실을 발족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한 만큼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하나 신한지주 등도 사정은 비슷한 편이다. 다음달 5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에 따라 자금을 모집 중인 칸서스자산운용의 경우 상당한 자금을 모았지만 모집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요인으로 인해 내년 초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아 모집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5천억원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되 우리금융과 대우건설 등의 매각작업이 촉박하지 않은 만큼 서두르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펀드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 만큼 자금력이 있는 은행들의 경우 자체 자금만으로도 다음달 중 사모펀드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체 자금이 부족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자금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