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도 과학이다" .. 삼성SDI, 年49억 원가 절감

지난해 6월 포장재 설계 전문가 5명으로 이뤄진 삼성SDI 재료·물류비 절감 태스크포스(TF)팀에 "스티로폼 포장재 속에 숨어있는 원가절감의 비밀을 찾아내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브라운관 PDP LCD 등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과 2차전지를 TV나 휴대폰 세트 업체에 공급하는 삼성SDI는 전체 물류비에서 포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달해 이를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TF팀은 25인치 TV용 브라운관 8개를 포장할 수 있는 스티로폼 포장재를 가지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외부충격을 흡수해 제품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게 하는 포장재의 본래 기능을 유지시키면서도 부피를 최대한 줄여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에 더 많은 물량을 실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다.
TF팀은 우선 스티로폼 포장재에 담는 8개 브라운관의 배치를 바꿨다.


쓸데없이 남는 공간을 없애기 위한 것.브라운관들 사이의 스티로폼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얇게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브라운관 앞쪽 유리는 다소 충격이 가해져도 손상되지 않지만 브라운관 뒤쪽에 있는 전자총(TV 화면에 빛을 쏘아주는 핵심 부품)과 미세한 회로부분에는 충격이 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티로폼이 얇으면서도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스티로폼의 밀도와 알갱이의 크기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다.


특히 전자총을 감싸는 부분의 스티로폼이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알갱이의 크기를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느정도 됐다 싶으면 곧 바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성도를 체크했다.


이어 시제품을 만들어 직접 컨테이너에 싣고 운반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같은 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한 끝에 TF팀은 25인치 TV용 브라운관의 스티로폼 포장재를 완성했다.


두께를 기존 1백90mm에서 1백32mm로 31%,면적을 1천3백20mm×1천1백20mm에서 1천2백35mm×1천55mm로 11% 줄이는 대신 그 안에 담긴 8개의 브라운관이 외부 충격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게 하는데 성공했다.


'스티로폼의 원가절감 비밀'을 풀어낸 결과 4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 1개에 실을 수 있는 25인치 브라운관수가 5백76개에서 6백40개로 11.1%나 증가,이 제품에서만 연간 15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SDI는 7∼34인치 브라운관 전체에 이같은 최적화된 포장재를 적용,적재량을 평균 10% 정도 높여 올해 총 49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스티로폼 혁신을 브라운관에 이어 PDP LC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2차전지 등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고 국내뿐 아니라 7개국,13개 생산 네트워크에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