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해결사인가] (2) 과제로 떠오른 투자다변화
입력
수정
연기금의 투자다변화를 놓고 찬반양론이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팽팽하다.
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금융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국민연금같은 거대연기금을 특정시장에서만 운용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않기때문에 다변화해야한다는 원론에는 별 이견이 없다.
논란의 핵심은 투자시점과 투자대상의 타당성에 모아져있다.
"불경기인데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고속도로 항만 등 웬만한 투자대상들은 이미 대부분 민자를 끌어들인 상황에서 뒤늦게 연기금이 투입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게 비관론의 주조다.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위해선 연기금 운용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시장원리에 입각한 운용장치를 제도적으로 보강하고 투자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격화되는 연기금 SOC 투자=국민연금은 투자다변화 차원에서 지난 9월 8천억원 규모의 인천공항 제2연륙교 민자사업에 공동 주간사(8백억원 수준)로 참여하기로 했다.
8월 울산컨테이너 터미널에 6백29억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SOC 투자에 시동을 건지 한달여만이다.
공무원연금은 틈새 SOC 시장을 공략,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의 상록골프장 건설에 1천억원을 투입,연간 1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SOC분야에는 간접투자방식을 취하고 있다.
SOC펀드에 현재 1천억원을 투입,역시 12%선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연금측은 밝혔다.
◆"수익나는 민자 SOC사업은 거의 동났다"=하지만 민자사업을 많이 해온 건설업체 관계자는 "돈이 되는 민자 SOC 사업은 상당부분 마무리 된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재경부는 민자사업에 연기금이 동원되더라도 예산사업에 비해 타당성 검토 등을 철저히 거치기때문에 안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만 남은 상황에서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서울 부산 등 일부 대도시 인근지역을 제외하곤 손익분기점을 맞출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나마 교통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에 위치,관심을 모았던 우면산터널과 같은 사업도 올초 개통이후 교통량이 예상치의 21.7%에 그치면서 정부가 2백51억원의 운영수입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금 축내는 천덕꾸러기' 전락 우려='알짜'로 분류됐던 SOC 사업들 조차 완공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등 현재 운영 중인 4개 민자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은 당초 예측치의 22∼63%에 그쳐 정부가 매년 운영수입의 80∼90%를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다.
인천공항 민자고속도로도 교통량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는 바람에 2001년 1천63억원,2002년 9백57억원,지난해 1천50억원 등 3년간 3천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잡아먹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대로 가면 앞으로 17개 민자사업에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할 금액이 최대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주요 민자사업이 적자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과 관련,전문가들은 "민자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완공후 수익전망을 '뻥튀기'하는 소위 '부실 예측'을 하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사업의 연평균 수익률을 국공채 수익률의 3배가 넘는 10%대로 책정,지나치게 높게 보장해주는 것도 세금을 축내고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김후진·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