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0원시대 換테크로 뚫어라] (2) LG전자 환관리시스템

LG전자는 작년 11월과 지난 2월 1억달러 규모의 원화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LG전자는 이렇게 해서 들어온 원화 부채를 거래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달러차입금으로 바꿨다. LG전자는 회사채를 발행해 들어온 자금을 원화로 받았지만 이자 지급 때나 만기가 됐을 때 거래은행에는 이를 달러화로 지급하고,은행은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원화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거래다. LG전자가 통화스와프 거래를 한 것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금리조건도 달러화가 유리했다. 그동안 환율 하락폭을 감안하면 LG전자는 두 차례의 회사채를 발행해 들어온 자금에서만 1백억원 이상의 평가익을 거둔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PDP 시설재 자금 4천억원을 마련할 때는 유로화로 빌렸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 외화 부채의 통화 포트폴리오를 짜려는 의도였다. 달러 차입금이 과다하게 많을 경우 지금처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괜찮지만 반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대기업들은 환위험 노출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달러가 유출입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환 손실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기업들이 금융회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LM이란 금리 및 자금수급 등의 여건이 바뀔 때 회사의 수익이 극대화되도록 자산과 부채를 상호 연계시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경영관리기법.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회사의 중장기 사업계획과 환율 및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따져 차입 통화와 조건(만기 및 금리)을 결정,환위험도 줄이고 이자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 LG전자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외국계 은행에서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해외금융센터나 사내선물환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환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뉴욕 홍콩 베이징 암스테르담 등 4곳에 해외금융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5곳에 금융센터를 운영중이다. 이곳에서는 해외 법인별 달러 수급을 연결해줌으로써 환위험을 최소화한다. 삼성물산 SK네트웍스 등 종합상사들은 사내선물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부서가 한 달 뒤 1백달러를 결제할 게 있고,B라는 부서는 한 달 후 50달러를 받을 게 있다면 A부서는 1백달러를 회사 딜링룸에서 미리 사고,B부서는 50달러를 판다. 딜링룸은 상쇄된 50달러를 제외하고 50달러 만큼 선물환을 사두면 환율을 고정시켜 환 리스크를 헤지(위험회피)하게 된다. SK네트웍스의 딜링룸에서 근무하는 이명섭 과장은 "이같은 제도를 활용하면 리스크의 97%를 헤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단기적인 기법으로 선물환 매도(포워딩)를 꼽을 수 있다. 선물환을 매도하는 것은 일정 기간 후 약속한 환율로 달러를 팔겠다는 금융 거래를 말한다. 자동차 및 전자업체들은 통상 보유한 잉여 달러 중 30% 가량을 선물환거래로 매도한다. 대우조선은 올들어 선물환 매도물량을 확대,환위험 변동에 따른 피해를 크게 줄였다. 유로화 등으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것도 유용한 환관리 기법이다. 그러나 환관리 기법만으로 환리스크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가 환위험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익원·류시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