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시의 측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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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회고록 '하나의 인생'에서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함께 일할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민주당인 그는 공화당과의 협조를 통한 상생의 정치를 희망했으면서도 공화당 의원을 한 명도 장관직에 임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집권2기를 이끌어갈 조각을 시작했다. 아직 극소수만 발표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는 이르지만 시작 자체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갈등과 고립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처음 선택한 인물은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 지명자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로 있을 때부터 부시를 위해 일한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는 부시 대통령의 가족이라고 불릴 정도다.
라이스는 지난 14일 50세 생일을 맞았다.
전날 영국 대사관에선 라이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깜짝 파티가 열렸다.
전통 파티 복장인 검은 나비 넥타이 차림의 하객중엔 놀랍게도 부시 대통령이 있었다.
로라 여사와 함께 라이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외교정책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강경파인 라이스 지명자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높지만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의중을 잘 알고 자신의 외교정책을 흔들림없이 실천할 인물로 가족처럼 가까운 라이스를 지명한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장관 지명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나 골수 보수파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집권 2기를 앞둔 언론의 관심은 '부시 행정부가 손을 뻗칠 것인가 아니면 더 고립될 것인가'였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대외관계를 복원하면서 화합과 다자 외교를 펼칠 것인지,아니면 전쟁 대통령의 강성 이미지로 일방주의 외교에 매달린 것인지를 언론은 주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뤄진 인선만으로 본다면 후자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세를 지거나 협상을 해야 할 미국의 현실적인 모습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