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SOC '덫'...시민들 허리휜다

정부가 연기금과 민자를 활용한 SOC(사회간접자본)투자확대를 추진중인 가운데 민자유치가 지자체 주민들에게는 큰 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민자유치로 도로등을 건설하다보니 투자기업들이 본전을 뽑기위해 통행료등을 과도하게 징수,결국 부담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자유치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지자체는 전국의 유료도로 15개 가운데 7개를 운영중인 부산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부산시민들은 구덕ㆍ만덕2ㆍ황령ㆍ백양ㆍ수정산터널 등 5개 민자터널과 부산시가 운영하는 광안대로 및 동서고가로 등 7개 유료도로를 이용하면서 연간 7백8억4천8백만원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다. 부산시민 1인당 연간 19만2천여원씩을 부담하는 꼴이며 등록된 차량기준으로는 대당 73만8천원을 내는 셈이다. 시민들이 가장 많은 통행료를 내는 유료도로는 광안대로로 월평균 15억8천2백만원이다. 이어 동서고가로 13억8천만원,백양터널 13억8천1백만원,황령터널 12억6천5백만원,구덕터널 8억8천3백만원,만덕2터널 8억3천7백만원,수정산터널 6억5천4백만원의 순이다. 84년부터 2002년 사이에 개통된 5개 민자터널은 3백43억~1천2백81억원에 이르는 건설비가 투입됐다. 부산시는 짧게는 10년,길게는 25년에 걸쳐 시민들이 낸 통행료 수입으로 이를 상환하고 있다. 건설비와 은행이자,관리업체 인건비까지 시민들이 물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건설계획 때 통행량 예측을 잘못한데다 민간투자업체와의 협약도 불리하게 맺는 바람에 통행료 징수기간이 늘어나거나 모자라는 부분은 시민세금으로 때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초읍터널,명지대교,북항대교 등 6개 도로도 민자유치 방식이어서 시민들의 통행료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터널이 완공되는 2010년에는 부산시내를 오가는 데 최소한 1만원 정도의 터널 사용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민자건설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최근 부산~울산간 고속도로 건설을 민간자본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알려지자 정부예산 등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부산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시·도보다 많은 도로통행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치국 부산발전연구원 항만교통연구부장은 "부산지역의 유료도로는 기능상 항만배후도로로 지정돼 있거나 지원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민자로 건설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자본으로 공사 중이거나 검토 중인 고속도로사업은 10월 말 현재 서울∼춘천고속도로(62.1km)등을 포함해 20곳에 이르고 있다. 이들 도로는 통행료를 징수하게 돼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민자사업으로 지정된 전남 무안∼광주구간의 경우 정부에서 운영할 경우 통행료가 2천4백26원(한국도로공사 추정)이지만 민자로 건설하면 3천4백60원이 돼 50%의 인상효과가 있다. 부산=김태현·김후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