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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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면 먼저 유토피아(utopia)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리스어의 합성어인 이 말은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단지 이상향일 뿐이다.
아마도 유토피아의 시조는 플라톤일 것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이상국가'를 설파하면서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완벽한 이성과 통치력을 가진 철학자만이 이상국가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완벽한 이상국가가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얼마전 프랑스 작가 장크리스토프 뤼팽이 쓴 '글로벌리아'가 대단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부패한 권력과 삼엄한 사회통제,인간성 상실 등으로 암울한 미래가 유리벽처럼 다가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마찬가지로 디스토피아인 셈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상존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느끼는 정도는 크게 다른 것 같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백11개 나라를 상대로 "2005년에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조사를 벌인 결과,아일랜드가 1위로 꼽혔고 스위스 노르웨이 룩셈부르크가 그 뒤를 이었다.
짐바브웨는 최악의 나라였다.
유엔이 2년마다 실시하는 '살기좋은 나라'가 평균수명 교육수준 국민총생산(GNP)을 토대로 하는데 비해,이코노미스트는 보건·자유·실업·가족생활·성평등·공통체 생활까지도 고려해 포괄적인 조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적 7만2백73㎢에 인구가 4백만 정도인 아일랜드는 1949년 영연방에서 탈퇴하면서 완전 독립국가가 됐다.
신·구교도간의 갈등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되면서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고 있다.
획기적인 투자환경 조성이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무엇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정치적인 안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고 완벽한 치안,다양한 문화활동,차별없는 교육,일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고작 30위에 랭크됐는데 앞으로 세계인이 한국을 가장 동경하는 나라로 꼽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