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륜 18억 승부조작 ‥ 선수 매수…관중석에서 '신호'

경찰은 19일 현직 경륜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사설 경륜으로 18억여원을 챙긴 경륜도박 조직을 검거했다. 이 조직은 현직 경륜선수가 선수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접근,3년이 넘도록 향응 등을 제공했는가 하면 관중석에서 복장 소지품 등으로 참가 선수에게 신호를 보내 승부를 조작했다. ◆정식선수 되기도 전에 매수=검거된 조모씨(34) 등은 지난 2001년 경륜선수 강모씨(25)가 선수 자격시험에 합격하자 바로 접근해 3년 넘게 용돈과 향응을 제공했다. 조씨는 강씨에게 "사이클 등 장비 구입에 보태라"며 2천만원을 건네는 등 최근까지 21차례에 걸쳐 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관중석에서 선수에게 '사인'… 승부조작=경륜은 1등으로 도착한 선수를 맞히는 단승식과 선두 2명을 맞히는 복승식,1ㆍ2위를 순서대로 맞히는 쌍승식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씨 등은 승부조작을 위해 경기결과별로 다양하게 조합한 '신호체계'를 만들었다. 매수된 경륜선수가 참가하는 경기가 열리면,조씨 등은 출발선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관중석에 앉아 본인의 옷색깔과 소지품 등으로 신호를 보내 어떻게 결승점에 도착해야 하는지를 강 선수 등에게 알려줬다. 단승식 경기에서 조씨가 빨간 재킷을 입고 있으면 '무조건 1등을 하라'는 지시. 복승식의 경우,오른손에 경륜 전문지를 말아 들고 있으면 '1번 선수와 함께 들어오라'는 것을 뜻했다는 것. ◆베팅 상한선 없는 사설경륜… 사행심 조장=조씨 일당 중 '베팅꾼 호객'을 담당하는 조직원은 경륜장에서 법정액보다 높은 금액을 베팅하고 싶어하는 관중들을 불러모아 입상예상 번호와 함께 수수료 2%를 떼어낸 베팅금을 텔레뱅킹 방식으로 걷어들였다. 이들은 경기가 끝나면 이 돈을 실제 경기 배당률에 따라 베팅꾼들에게 지급했고 낙첨되더라도 베팅액의 20%를 돌려주는 '맞대기' 방식으로 관중들을 계속 불러 모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