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香이 가득한 '동양의 베니스' .. '중국 사오싱'

와신상담(臥薪嘗膽).


'원수를 갚거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장작더미 위에 누워 자고,쓰디 쓴 곰 쓸개를 핥으면서까지 굴욕을 되새기며 스스로 다잡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의지가 가득한 말이다.


주인공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두나라 오의 부차와 월의 구천.
진시황의 천하통일로 중앙집권체제가 갖추어지기 전,춘추전국국시대의 혼란상이 극에 달했던 기원전 4세기 초.


월왕 구천에게 패해 전사한 오왕 합려의 아들 부차는 장작더미 위에서 자며(臥薪)사람들이 드나들 때 마다 '부차야,아비의 원수를 잊었느냐'하고 외치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월왕 구천은 싹을 자르려 오나라를 쳤지만 회계산(會稽山)에서 사로잡히는 신세가 됐다.


오나라의 속국이 될 것을 맹세하고 풀려난 구천은 자리 옆에 매달아 놓은 곰쓸개를 핥으며(嘗膽) 회계의 치욕(會稽之恥)을 잊지 않으려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렇게 하기를 20여년,구천은 다시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거꾸러뜨렸고,부차는 스스로를 찔러야 했다.
이 고사성어의 무대는 저장성의 사오싱(紹興).


바로 월나라의 도읍이었던 곳이다.


구천이 곰쓸개를 핥으며 복수의 그날을 그렸던 회계산이 시 서쪽에 버티고 있다.


이 회계산에 사오싱에서 제일 큰 공원인 부산공원(府山公園)이 조성돼 있는 데 공원 앞 월왕전에 구천의 상담(嘗膽)벽화?그려져 있다.


망해정에 오르면 탁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사오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오싱은 유상곡수(流觴曲水)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유상곡수는 굴곡지게 만든 수로를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워 놓고,이 술잔이 각자 앉은 자리에 오면 들어 술을 마시고 시 한 수 지으며 즐겼던 시회(詩會)를 말한다.


중국 진나라 때의 명필 왕희지(王羲之·307∼365)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왕희지는 이곳 사오싱의 난정(蘭亭)에서 가깝게 지내는 문인을 초대해 유상곡수를 즐겼던 것.이때 지어진 시를 모은 난정집의 서문이 난정 안의 어비정에 새겨져 있다.


명대에 나온 난정수회도(蘭亭修會圖)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꽃속에 술잔을 넣어 물에 띄우며,시를 짓지 못한 사람은 벌칙으로 술 석 잔을 더 마셔야 했다고 적혀 있다.


유상곡수 하면 경주의 포석정을 떠올리기 마련인데,난정은 포석정과 달리 자연석을 이용해 곡수(曲水)를 만들었고 그 규모도 훨씬 크다는 점이 다르다.


오싱 여행길에 루쉰(魯迅)을 빼놓을 수 없다.


1881년 이곳 사오싱에서 태어난 루쉰은 중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이자 사상가로 큰 영향을 끼친 인물.'광인일기','아Q정전'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향'에는 어릴 적 사오싱에서의 추억이 잘 나타나 있다.


루쉰기념관 안에 그의 육필원고와 편지 등 6백여점의 사료가 전시돼 있다.


기념관 옆에는 그의 생가도 보존돼 있어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기념관에서 동쪽으로 작은 내를 건너면 그가 공부하던 삼미서옥(三味書屋)을 볼 수 있다.


우릉(禹陵)도 찾아볼 만하다.


우릉은 함포고복(含哺鼓腹)의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요순시대를 이어받아 하왕조를 연 우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곳.우왕은 특히 치수(治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오늘날에도 '치수의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고 한다.


우릉 일대는 강남지방의 전형적인 벼농사 지대로 아늑한 전원풍경이 펼쳐져 있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10리쯤 떨어진 곳에 동호(東湖)가 있다.


항저우의 서호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기암절벽과 정자,돌다리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


유람선을 타고 가 밑에서 올려다 보는 기암절벽의 모습이 장관이다


그리고 하나 더.


사오싱가반주(紹興加飯酒)가 여행길의 기분을 돋워준다.


사오싱가반주는 중국 8대 명주의 하나로 꼽히는 술.


멥쌀에 보리누룩을 섞고 사오싱 교외의 물로 빚는 데 그 빛깔과 향기가 일품이다.


우리나라의 청주와 비슷하다.


월나라 왕이 오나라 왕에게 선물로 많이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사오싱역에서 광장 끝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이 사오싱가반주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술을 빚는 양조장을 볼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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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사오싱은 저장성 중북부 장강삼각주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항저우의 샤오산국제공항에서 30km,상하이에서 2백30km 떨어져 있다.


2007년에는 신고속도로가 개통돼 상하이와 90분 거리로 가까워진다.


항저우를 통해 들어가는 편이 빠르다.


인천공항에서 항저우행 직항편이 매일 뜬다.


샤오산공항에서 사오싱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가 자주 다닌다.


요금은 30위안,택시를 타면 1백70위안 정도.


사오싱 전체인구는 4백33만명.


아열대 계절풍 기후대에 속해 사계절이 뚜렷하다.


연평균 기온은 섭씨 16.4도.


중국에서 첫번째로 지정한 중국역사문화도시 24개 중 한 곳이며,중국관광국에서 첫번째로 지정한 우수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시 면적의 10%가 운하여서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기도 한다.


저마다 다른 모습의 돌다리와 어울린 물길의 풍광도 아름답다.


항저우,닝보에 이어 저장성 3위의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경제규모로 치면 중국내 30위에 안에 든다.


특히 방직업이 발달했다.


기계,식품,가구공업도 빠른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다.
사오싱빈하이공업구 등 여러개의 공업단지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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