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기업하기 좋은나라' 빈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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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입만 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혁신적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실무기획단까지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는 어떤가.
별로 나온 게 없다.
오히려 국회에서는 여당이 '개혁'을 내세워 기업 발목을 붙잡는 입법을 추진하기 일쑤다.
기업 목소리는 외면한 채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만 의식하다 보니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정부안보다도 훨씬 까다롭게 내용을 변경한 민간복합도시(기업도시)개발 특별법안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조차 외국교육기관과 병원을 자유롭게 설립토록 했던 내용을 열린우리당이 외국교육기관은 대학교만 허용하고 병원수익금의 전출도 인정치 않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도시의 성공여부는 투자 메리트가 어떠하냐에 달려있다.
특히 주거환경의 핵심인 교육과 의료서비스가 뒤지면 기업 유치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반발에 밀려 이런 식으로 후퇴한데서야 기업투자활성화와 지역균형개발이란 목표 역시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여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경제계 의견을 완전 묵살하기는 마찬가지다.
출자총액제 유지,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과연 투자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황금주(단 한 주라도 적대적 M&A 등에 거부권을 가지는 주식)다,차등의결권 제도(대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다 하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경영권을 지켜주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으니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해외를 순방하면서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온 것은 기업들의 애국심"이라고 극구 칭찬하고 있지만 실제론 여당의 입법활동이 반대로 나타난다면 기업의욕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물론 여당만을 탓할 일도 못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소위 4대개혁입법이다.
그러니 경제를 살릴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셈이다.
이래서야 경제가 살아날리 만무하다.
이제부터라도 기업 의견에 귀기울이면서 경제살리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경제를 살리자'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민생법안심의는 게을리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지적은 잠꼬대에 불과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