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추락 어디까지] 위안화 절상 때까지 하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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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약 달러 정책 지속' 을 강력하게 시사함에 따라 원.달러환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주말 열린 'G20(선진.신흥공업국)회의'에서 숨가쁜 달러약세 행진에 제동이 걸리고,그에 따라 원화 환율의 급속한 하락세도 숨을 고를 수 있게 되리라던 외환 당국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더구나 '위안화 평가절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리 수로 내려앉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락속도 빨라질 듯
지난 19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천66원50전을 기록했다.
전날 국내 외환시장의 현물거래 환율 1천68원70전보다 2원20전 더 떨어진 것.이에 따라 이번 주초 국내 외환시장에서 추가 환율하락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린스펀의 직설적인 '약달러 고수' 발언이 전해진 직후 뉴욕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1백2엔대까지 추락한 것은 그 전주곡인 셈이다.
원화는 최근 엔화와 강한 연동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원화 환율은 예상보다 빨리 1천50원대로 떨어지고,해외 시장 움직임에 따라 그 밑으로까지 수직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초 G20회의에서 약달러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가 잡히면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일방적 매도 심리'를 돌려놓으려 했던 외환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천50원선에서 1차적으로 강한 저항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국내에서는 이미 상당한 달러 매물이 나온 상태여서 1천50원선이 깨질지는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주 1천61원대까지 내려갔던 NDF 환율이 1천66원대를 회복하면서 마감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1백2엔대 초반까지 갔던 엔·달러 환율이 1백3엔대로 끝난 것도 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세자릿수 변수로
그린스펀의 발언보다 외환시장을 더 긴장시키는 것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다.
그동안 위안화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달러화에 비해 계속 평가절상돼 왔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 자체가 주는 충격은 비교적 줄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때까지는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외국은행 딜러는 "한국이 일본보다 중국에 무역 및 투자를 더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위안화의 향방이 원·달러 환율에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외환시장은 패러다임의 변화 국면에 진입했으며,이는 한국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자금 해외유출 가속화
그린스펀의 "막대한 경상적자로 달러화 채권이나 주식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 직후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가격이 폭락(금리는 급등),10년물 수익률이 연4.207%까지 솟구치며 열흘 만에 4.2%대에 복귀한 것도 국내 경제의 큰 짐이 됐다.
최근 '나홀로 금리인하'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은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지난 주말 3.95%를 기록,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자금의 해외유출이 더욱 늘어나면서 경제계에 '원고(高)'에 이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