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번엔 또 어떤말을…"

"나도 사고를 하나 칠까 하다가도,지금은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포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지구 정반대편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한 애정넘치는 '위로 격려 연설'도중 노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했고,그렇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내보이면서 던진 말이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거쳐 칠레에 오기까지 기자의 머릿속엔 '치려던 사고란 게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맴돌았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98년 IMF같은 어떤 큰 사고라도 국민들이 땀흘려 복구시켰다"며 "주택 2백만호도 후유증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다 극복시켰다"는 언급에 바로 뒤이어 이 말을 했다. 'IMF''2백만호와 후유증'이란 무서운 말과 함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사고'란 용어. 그러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참모들에게 이 말의 의미를 물어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1박,2박씩만으로 이동하는 틈을 이용해 공식수행단의 정책부문 최고위 참모에게 의미를 물어봤다. 혹시 리디노미네이션이나 화폐개혁을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신행정수도에 대한 또다른 획기적인 접근법인가. 그러나 청와대 고위 참모는 그런 획기적인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가 카드활성화 대책으로 내수진작을 확실하게 했으나 카드남발에 대한 후유증이 컸던 점을 염두에 둔 것일지 모르겠다"며 "현장에서 지켜보면 늘 특유의 화법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쉽게,재미있게 주도해오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글로 옮겨지면 자칫 심각해질 수 있으나 현장에서 전체적인 흐름속에서 보면 별내용이 아니란 해명이다. 그러나 기자들 입장에선 자칫 예민해질 부분이 있다. 이번 순방에서도 로스앤젤레스,부에노스아이레스,상파울루,산티아고 등 가는 곳마다 예외없이 행해진 동포간담회는 모두 기삿거리였다. 국내경제,한·미관계,과거 대통령 평가….노 대통령은 다소 예민한 사안까지 폭넓게 언급했다. 총 5회의 동포간담회 중 마지막으로 귀국길에 하와이 동포간담회가 아직 남아 "이번엔 또 어떤…"이라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티아고=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