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與善仁 ‥ 남중수 < KTF 사장 >

어렸을 적 한학에 조예가 깊으셨던 조부님께 한문을 배웠다. 천자문을 뗀 후 논어 등 고전을 읽었는데 뜻을 다 깨치진 못했지만 특히 노자의 도덕경이 제일 좋았고,지금도 곁에 두고 본다. 겸손과,경영자로서 경영의 근본이 고객임을 일깨워 준 '거선지(居善地)',아름다운 삶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때를 아는 분별을 가르쳐 준 '동선시(動善時)' 등 삶의 지침이 된 금과옥조가 많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해서 내 꿈으로 삼은 문구는 '남과 더불어 어질고 선하게 살라'는 '여선인(與善仁)'이다. '웰빙' 열풍,건강에 좋다는 운동과 먹거리,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가 우리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 들고 있다. 독주보다는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도심의 요가 수련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정보기술(IT)이나 통신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혈당이나 체지방 측정기,만보기가 내장된 휴대폰,수입 쇠고기의 원산지와 유통정보를 표시해주는 모바일 전자태그 등 웰빙과 관련된 IT 제품과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웰빙의 초점이 '개인'의 건강과 행복이라면,미국 유럽 등을 시작으로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불고 있는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건강·지속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바람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환경을 함께 생각한다. 이를테면 일회용기저귀보다는 천기저귀를,비닐봉투보다는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웰빙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고 밀림과 같은 약육강식의 원칙이 난무한다고 해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내것을 나누는 마음일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본질적 책임,즉 주인인 고객과 주주·직원의 가치를 높이는 책임 뿐만 아니라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책임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도움받은 것은 대리석에 새기고 남을 도운 것은 모래밭에 파묻으라 했듯이 요란하지 않게 말이다. 기부문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공익단체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이사는 그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에서 '나 가진 것 하나를 주면 행복 둘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남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나도 두 배로 행복해지는 '여선인'의 묘미를 다같이 느껴보지 않으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