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부서 지원하세요" .. SK(주) 'Job Market'

석유제품마케팅 담당 박모 대리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PC에서 인사관리시스템(e-HR)을 검색한다. 옮겨가고 싶은 부서에서 언제 구인공고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실력만 갖추면 어렵지 않게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정기인사 시기는 통상 3월.그러나 최근 잡 마켓이 개설되면서 직원들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부서 이동이 가능해졌다. 잡 마켓이란 말하자면 '사내 인력시장'.인력이 필요한 부서는 구인 공고를 인트라넷에 게시하고 해당 부서를 희망하는 직원이 직접 응모하는 제도.조건만 맞으면 즉각 부서 이동이 이뤄진다. 이 제도가 실시된 지 불과 20여일 지났지만 그동안 9개부서가 구인 공고를 냈으며 이미 1건이 성사되고 1건은 성사단계에 와있다. 관련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동을 원하는 직원은 먼저 사내 온라인 인사관리시스템(e-HR)에서 '잡 마켓'코너를 클릭,가고자 하는 부서에서 게시한 사내 공모에 응모한다. 해당부서의 공모가 없을 경우 직접 신청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부서에서는 이들 신청자 중 적격자를 선정,인력관리부서와 간단한 협의를 거쳐 인사 이동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그 직원이 현재 근무 중인 부서의 장과도 협의를 해야 하지만 직원의 의사를 우선한다는 게 원칙이다. SK㈜ 인력팀 관계자는 "정보가 부족한 탓에 그동안 각 부서가 필요한 인력을 직접 찾아 나서거나 인력팀에 의뢰해야 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자는 것이 새 시스템의 취지"라고 말했다. 과거 상사가 좌지우지해온 자신의 경력 관리를 직원 스스로가 주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잡 마켓 제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일부 인기부서에만 지원이 몰리는 '인재 쏠림' 현상이나 비인기부서에서 직원들이 달아날 궁리만 하는 '인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완전 경쟁 시장이 되는 만큼 부서장들만 주의를 기울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판단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