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예견된 환율 쇼크

金仁浩 미 달러 가치의 급락으로 세계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이 제일 크다. 우리 스스로의 인식도 그렇고 세계경제의 평가도 그렇다. 이런 결과가 미국의 글로벌 달러약세 정책 때문에 초래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지금 같이 우리 경제와 기업이 받는 급격한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을 미리부터 할 수 없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제대로 된 극복방안이 보일 것이다. 최근의 달러에 대한 우리 원화 환율의 절상은 대내외적으로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2002년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글로벌 달러 약세추세는 작년부터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과 경상수지의 적자를 보이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소비 중심의 경제회복을 추구하는 한 달러 약세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에 대응해 다른 나라의 환율추이와 보조를 같이 함으로써 이에서 오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흡수해 가면서 이 영향이 다른 통화와의 관계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응 노력을 해왔어야 했다. 금년 들어서는 그나마 유지되던 원·엔 동조화(同調化)조차 포기하는 등 이런 방향과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환율정책이 운영돼 왔다. 대내적으로도 97년 외환위기로 일시적으로 크게 절하됐던 우리 환율은 98년 이후 계속돼 온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와 이를 반영한 우리의 외환 수급사정 때문에 지속적으로 절상돼야 할 상황에 놓여져 왔다. 또 구매력 평가에 기반을 둔 실효환율이란 점에서도 그러했다. 외환수급 측면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고 기준 시점이나 계산 방식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실효환율 측면에서도 쉽고도 좋은 예가 있다. 97년 10월29일 외환위기 직전 외환시장이 매우 불안정하고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 무역협회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보장되는 적정 환율 수준을 달러당 9백17원으로 정부에 제시한 적이 있다. 기관의 성격이나 당시의 외환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무역협회가 구매력 평가 측면에서 적정 수준보다 결코 낮게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환위기를 과연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면 그간 정부는 환율 수준에서 이런 수급사정을 반영하고 외환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균형에서 벗어났던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환율 수준이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방향에 대해 우리 기업들에 적절한 메시지를 줘 대비하도록 했어야 했다. 위기 이전과는 달리 원화의 이런 절상요인을 적절하게 수용함으로써 외환수급의 균형 속에서도 적정한 거시경제 운영이 가능한 경제여건과 시장조건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와 기업이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의 영향을 단기적으로 가장 급격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렇게 시장조건과 괴리된 환율운영을 해 온 우리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시와 그린스펀의 말이 엇갈리지만 미국의 달러 약세화 정책은 지속되리라고 본다.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해 원칙적인 우려 이외에 유효한 공동노력이나 대응도 금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았다. 주요국의 대응방향이 주목되나 우리가 이런 추세를 되돌려 놓을 수 없다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달러당 1천원 내외의 수준에서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갖추는 것 이외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길은 없다. 우리 기업들 중 일부는 내부적으로 이미 이런 전제 하에서 경영을 하려고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이번 환율 쇼크를 기업과 경제의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는 각오를 가져야 산다. 기업 차원에서 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이 활용돼야 하겠지만 이런 전제하에서만 유용할 것이다. 새삼 환율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엄청난 엔화 절상을 경제와 기업의 구조조정 기회로 삼은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ihkim@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