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만원 대리시험 거래' 학력만능이 부른 병리현상

대입 삼수생과 대학 제적생의 '6백20만원짜리 수능 대리시험 거래'는 학력만능주의의 병리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촌극이었다. 24일 광주 남부경찰서는 돈을 주고 대리시험을 의뢰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대입 삼수생 J씨(20·여)를 체포한데 이어 J씨의 부탁에 시험을 대신 치른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모 여대 제적생 K씨(23·여)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촌에서 붙잡았다. J씨는 지난 2003학년도 수능에서 성적이 나빠 대학진학에 실패한 후 재수 끝에 올 봄 광주 모 전문대에 입학했다.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법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J씨는 전문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삼수를 결심했다. 이 무렵 J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K씨(23·여)를 만났다. 서울 모 여대 법학과를 다니다 제적당한 K씨는 인터넷 메신저 대화를 통해 J씨에게 서울생활에 대해 들려주었고 이에 자극을 받은 J씨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커가는 꿈과 달리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한 대리시험 광고는 J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침 K씨가 아버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된 J씨는 학원비 등을 내지 않고 모아둔 돈 6백20만원을 대가로 제시하면서 K씨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두 사람간 거래는 성사됐지만 막상 지난 17일 수능시험장에서 수험표 사진과 수험생의 얼굴이 다른 것을 의심한 감독관에게 적발돼 대리시험 기도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