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3부요인ㆍ여야대표 초청 만찬.."연기금 손발 묶어놓아선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연기금은 가장 강력한 국민자본인데,(연기금의)손발을 묶어 놓고 외국 자본이 우리 증권시장을 장악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국민자본이 시장을 통해 국민들에게 환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3부 요인과 여야 정당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정치권에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잘,안전하게 쓰도록 감시 감독하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만찬에는 김원기 국회의장,최종영 대법원장,이해찬 국무총리,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민주당 한화갑 대표,자민련 김학원 대표가 참석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도 초청받았으나 민노당 권영길 의원 지역구사무실에서 경찰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를 연행한 것에 반발,불참했다. 경기대책과 관련,노 대통령은 "내 임기만 버티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며 "다음 정권이 어디가 되든 경기대책에 매달리는 정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단기 경기부양 대책은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서는 "지금은 준비하거나 추진되는 게 없다. 물밑 교섭 같은 것도 없다"며 "(그렇지만)상대방의 의중을 타진하는 단계에서는 투명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이런 가능성이 타진돼 성사가 되면 국민들에게 공개해서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 개혁입법'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는 야당측 요청에 "대통령의 역할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국회가 정치의 중심인 만큼 국회에서 잘 처리해 달라"고 대답,여야 타협을 통한 절충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박 대표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공정거래법을 통과시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유감을 표시한 뒤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규제 해소가 이뤄져야 기업의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뉴딜'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것을 두고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출자총액 제한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 수익모델이 적절치 않아 투자를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 우리 경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서민·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라고 답변,박 대표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북핵문제와 관련,한국의 '주도적 역할론'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가 다른 데를 제치고 앞장서서 문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한·미 공조 속에 우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는 이전 모임과는 달리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초청되지 않았다. 허원순·양준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