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7년만에 미인주 컴백"

'더이상 1백∼2백원짜리 항생제나 파는 경기방어주로 보지마라.' 제약주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거래소시장에서 제약업종지수는 1.78% 상승한 1,569.76에 마감되며 나흘째 강세를 이어갔다. 1994∼97년의 급등장 이후 줄곧 하락했던 제약주가 7년만에 '왕따주'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일양약품 종근당 등 8개 종목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광동제약(11.0%) 부광약품(6.78%) 삼성제약(4.44%) 등도 급등세였다. 조윤정 현대증권 연구원은 "제약주가 경기방어주의 대명사에서 성장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약업종은 전쟁 천재지변 등 '인류의 불행'이 닥쳐야 성장이 가능했을 뿐 평상시엔 고만고만한 실적을 내는 방어형 종목으로 간주됐으나,이제는 3개의 성장엔진을 보유한 성장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급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다. 고령화로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 성인병 관련 의약품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실제 제약협회에 따르면 고혈압 등 성인병관련의약품 비중은 1998년 15.7%에서 지난해 22.4%로 늘어났다. 둘째 제네릭(특허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품) 시장의 확대다.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축소하기 위해 비싼 오리지널 제품대신 제네릭 제품을 쓰도록 장려하는 정부정책의 결과다. 셋째 신약개발 모멘텀도 최근 제약주 강세 요인이다. 동아제약(발기부전치료제) 유한양행(위궤양치료제) 등이 내년이후 신약 개발을 바탕으로 매출 등이 급성장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윤정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제약주의 올 예상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11배로 시장평균(약8배)을 앞지르고 있다"며 "이는 거의 10년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철강 화학 등 현재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업종들은 점차 중국 등으로 이전되고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증시에서도 제약 환경 에너지관련종목 등 신성장주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제네릭 주력업체인 한미약품 중외제약 종근당 △신약개발관련주인 LG생명과학 유한양행 동아제약 △제품 다양성이 좋은 대웅제약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