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세계경제 흔든다.. 대형회사 거침없는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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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세계 경제를 흔드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5일자)는 전 세계 2천7백개 사모펀드가 '자본주의의 제왕'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본주의의 제왕'=미국 블랙스톤과 칼라일,영국 CVC캐피털 등 5개 대형 사모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난주 스페인 통신회사 아우나에 1백40억달러짜리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사모펀드들이 이처럼 거액의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사모펀드의 행동 반경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1980년대 세계 최대 사모펀드였던 미국 KKR는 1억3천만달러를 굴렸지만 지금은 운용자산이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펀드가 수십개나 된다.
칼라일의 경우 직원수가 2백80명에 불과하지만 투자 대상 기업들을 이 회사의 계열사로 볼 경우 '칼라일 그룹'은 전 세계에서 15만명을 고용하고 연 매출 3백10억달러를 일으키는 미국 50대 기업이다.
◆기업사냥꾼에서 경영감시자로=사모펀드는 지난 80년대만 해도 기업사냥꾼으로 불렸다.
기업 주식을 시장에서 야금야금 사들인 후 경영권을 전격 장악하는 적대적 M&A나,기업 인수 대금을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지불하는 방식(LBO) 등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사모펀드의 규모가 커지고 투자 패턴이 장기화된 결과 적대적 M&A가 드물어지고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에 꾸준히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투자한 회사들은 경영 성과 면에서도 우등생인 경우가 많다.
기업도 사모펀드를 사업 동반자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소니는 최근 미국 영화사 MGM을 인수할 때 버거킹의 대주주이기도 한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FG)과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양극화,재편 전망=연금까지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등 사모펀드가 급성장한 데 반해 이들을 감시·감독할 만한 제도는 부실하다.
또 수익률에 대해서는 과장된 소문이 많아 사모펀드에 가입할 때는 주의가 요망된다.
지난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사모펀드는 부자들 몇몇이 돈을 모아 함께 굴리는 투자 모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익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덩치가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전 세계 사모펀드가 2천7백개에 달하며 2000년 한햇동안 모집한 금액은 1천6백억달러로,10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커졌다고 집계했다.
KKR는 지난 18개월동안 투자가들에게 무려 90억달러를 배당했으나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실제로는 전 세계 2천7백개 사모펀드 중 S&P 주가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곳이 25개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사모펀드 아팍스 파트너스의 분석을 인용,"경쟁력없는 사모펀드들은 2020년 안에 대거 퇴출되고,고수익을 올리는 3∼4개 대형 펀드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소형펀드들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