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달라진 중국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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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쿠바 방문을 끝으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후 주석은 칠레에서 열린 APEC(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중 개별적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을 합하면 열흘이 넘는 이번 순방 기간동안 20여명의 국가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 지도자중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낸 것이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위상은 APEC 정상회의 오찬 장에서도 입증됐다.
참가국 지도자들이 중국 경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자 칠레 대통령의 주선으로 즉석에서 후 주석의 강연이 마련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 경제에서 과열이나 경착륙 모두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후 주석은 또 미국 한국 등 국가 명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올들어 크게 늘어 기쁘다고 말하면서 올해 중국의 수입액이 5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발전이 세계 경제성장에 충분히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대목에서는 중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게 된다.
그의 자신감은 APEC 정상회의 공식연설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은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경제 발전센터를 세울 것을 선포하려고 한다.
아ㆍ태지역의 국가들 간 교류와 협력의 무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아ㆍ태지역 경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환율제 구축을 한발 한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절상 외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후 주석은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재선 축전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위대한 나라이며 광범위한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 같은 반열에 있음을 은근히 과시했다.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르짖고 있는 게 중국이다.
한때 동북아경제 중심 국가를 선언했던 한국으로선 아ㆍ태지역 경제패권을 쥐겠다고 나선 중국과 어떤 식으로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지 새삼 고민해야할 때인 것 같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