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노맨스랜드' 전쟁을 코믹하게 비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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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국경 비무장지대 노맨스랜드.세 군인이 우연히 그곳 참호에 집결하게 된다.
세 사람중 최고의 권력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뢰를 깔고 누워 있는 군인이다.
그의 자폭 협박에 따라 세르비아군인과 보스니아군인은 서로에게 겨눴던 총을 거두고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노맨스랜드'는 참호 속의 세 인물로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코미디다.
간결하고도 압축된 상황으로 전쟁의 본질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세 군인은 사면초가에 봉착해 있다.
참호 밖으로 뛰쳐 나가는 순간 양측 진영으로부터 쏟아지는 총알받이 신세가 된다.
참호 내에서는 지뢰를 깔고 누워 있는 군인이 몸을 비트는 순간 모두 가루가 되고 만다.
목숨이 경각에 놓인 세 주인공의 행동은 웃음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서 웃음은 터무니없는 상황에 대해 감독이 던지는 일종의 비판이다.
세 군인이 전쟁의 책임 소재에 관해 설전을 벌이면 진실은 언제나 총을 쥔 쪽으로 기운다.
총은 호의를 베푸는 순간 적군의 손에 쥐어진다.
비정한 군인만이 살아 남는 전쟁의 아이러니를 풍자하는 것이다.
지뢰를 깔고 누운 군인이 용변을 봐야 하는 상황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간명하게 형상화했다.
결국 유엔평화유지군이 지뢰를 깔고 누워 있는 병사를 구출하지 못한 채 떠나는 장면은 보스니아 내전의 실상을 집약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죽음에 직면해 있지만 싸움의 중재자인 유엔군은 방관자일 뿐이다.
이 결론은 절정부에서 명확해진다.
두 군인이 유엔군에 의해 참호 밖으로 끌려 나왔을 때,즉 지뢰를 깔고 누운 '권력자'의 시야를 벗어났을 때 유엔군과 보도진의 면전에서 서로 총질해 사살된다.
중립을 외치는 유엔군은 무기력하며 언론은 유엔의 거짓 장단에 춤추는 꼭두각시이다.
"살인 앞에 중립이란 없다.
(살인을) 막지 않으면 이미 편드는 것이다." 유엔군 하급 지휘관의 진실 어린 목소리는 견고한 위선의 메커니즘 속에 메아리 없는 울림이 되고 만다.
카메라는 유엔군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단번에 알아채게 한다.
유엔군 지휘관은 헬멧을 여비서에게 맡긴 채 비상 상황에 뛰어든다.
여비서는 군복 대신 사무복을 입고 있다.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언어소통 장애가 거듭 발생한다.
12월3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