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해외에선) 기업 사회적 책임 'CSR 라운드'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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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라운드가 몰려오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주도 아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세계 표준으로 계량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 작업은 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의 참여 아래 CSR라운드로 확대돼 금융기관들의 투자와 기업간 거래에 중요한 지표로 쓰일 것으로 보여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되고 국제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추세에 크게 뒤처지고 있어 ISO가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하는 오는 2007년께는 세계 경제에서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수화
지난 6월21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ISO가 주최하는 국제 회의가 열렸다.
환경,노동,인권,지역사회 기부 등 기업의 CSR 활동을 지수화해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자는 게 이날 회의의 주제.재무제표상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수치로 나타내자는 취지다.
회의에 참석한 66개 국가의 정부,시민단체,학계,노동계,소비자 대표 3백55명은 ISO의 표준화 작업에 지지를 표명했다.
ISO는 이들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2007년까지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국제기구와 금융기관,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CSR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뒤처지는 한국의 대응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한국측 대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와 기업들의 CSR에 대한 관심이 국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그나마 지난 4월 몇몇 경제계 및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CSR 표준화에 대응하는 'CSR코리아' 준비모임이 발족됐지만 정부와 주요 대기업들이 빠져있어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난해부터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CSR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부처인 경제산업성,경제 단체인 니혼게이단렌과 일본규격협회,그리고 소니 리코 등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국제규격 제정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본 이외에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CSR유럽'을 출범시키고 CSR 표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없는 곳엔 투자도 없다
CSR가 표준화의 대상이 될 만큼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건 2001년 께.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태,나이키의 아동 착취 시비 등이 불거지면서 금융기관들이 투자 기업의 도덕성을 투자 결정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면서부터다.
과거에는 주로 환경 문제에 국한됐던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그 밖의 사회적 책임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일반 금융기관들이 일부 종교단체가 주도하던 사회적 책임 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의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SRI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백30여개의 SRI 뮤추얼 펀드 시장이 구축됐으며 그 규모는 약 3천조원(전체 뮤추얼 펀드 시장의 1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에도 1백60조원의 SRI 펀드 시장이 형성,매년 35%씩 급성장하는 추세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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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R이란 ]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는 지난 2001년 미국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이 불거지면서 월스트리트 저널,파이낸셜 타임즈 등을 통해 일반화된 단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칭한다.
윤리경영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으로 환경과 인권,소비자,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기업의 역할 또는 활동을 뜻한다.
최근에는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이용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