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웃속으로] (1) 사회공헌 틀이 바뀐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변하고 있다. 삼성 LG 포스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전담부서가 속속 생기는가 하면,단순 기부금 기탁에서 임직원 자원봉사로 그 영역을 넓히고도 있다. 비영리단체와 손잡고 보다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사회공헌이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 내용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과 사회공헌활동을 상호 보완하는 '전략적 사회공헌'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사회공헌도 분화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2003년 6월)에 따르면 18개 주요 기업 가운데 35.6%가 사회공헌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복수응답)으로는 사회복지 분야(58.9%)가 가장 많았고 장학 및 학술분야 지원(41.1%),지역사회·사회발전(35.6%) 등의 순이었다. 앞으로 역점을 둘 분야로는 지역사회 및 사회발전(32.2%)이 사회복지(54.5%) 바로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도 선진국에서처럼 지역사회와 밀착한 기업 임직원의 자원봉사가 확대되리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변화는 삼성에서 잘 드러난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임직원 자원봉사 지원제도를 시작한 삼성의 경우 한해 평균 7만여명(전직원의 60%)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연세대 이혜경 교수(사회복지)는 "미국 영국 등에선 임직원 자원봉사와 더불어 기업들이 비즈니스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경영기술같은 무형자산을 전파하는 봉사 활동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NGO와의 공조 기업 사회공헌의 또다른 화두는 '파트너십'이다. 삼성사회봉사단의 황정은 차장은 "앞으로의 기업 사회공헌은 현장을 잘 아는 NGO와 연계한 활동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이나 시설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거나,비영리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여러가지 활동을 펼치리라는 것."기업은 사회공헌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나 장비 인력 인프라를,시민사회 단체는 적절한 사회공헌 대상을 고르고 효과를 높일 방법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는 있지만 전략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삼성경제연구원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평균 매출액의 0.37%를 사회공헌으로 지출해 일본기업 0.1%에 비해 세배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일반인에게 기업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금 규모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기업들이 경영성과를 극대화하는 데만 몰두할 뿐 경영성과를 나누는 데 인색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부활동의 양적팽창에 비해 질적 역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주목할 만하다. 1984년에 출범한 이 캠페인은 사회적 참여를 높이고,지속적으로 NGO와 협력활동을 해온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소비자리서치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캠페인을 자산가치로 환산하면 1천3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대 한동우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공헌이 기업 경영 전략과 연계되지 못하고 별개의 활동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며 "백화점식,퍼주기식,일회성 사회공헌보다는 기업의 특성을 살린 장기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