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그린음악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의 성장속도가 촉진되고 병충해에도 강해진다고 한다. 뽕나무의 가지가 더 길어지고,오이의 무게가 늘면서 병충해 억제효과가 3∼4배 높아졌다는 실험결과는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난초가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춘다"는 말도 결코 과장은 아닌 듯하다. 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젖소와 암탉에게 음악을 들려 주면 우유량과 달걀 숫자가 훨씬 늘어난다고 한다. 돼지의 경우는 육질도 좋아진다. 이런 종류의 음악이 바로 '그린음악'이다. 이 음악은 경쾌한 동요풍의 노래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곁들인 것이다. 음악에서 나오는 소리에너지의 진동중 특정 주파수가 생명체에 기쁨을 준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동·식물에서 증명이 된 셈이다. 음악은 음식에도 응용되고 있다. 음악을 틀고서 우동이나 빵을 만들면 맛이 좋아지고,술을 빚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것 등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그린음악을 최초로 실험한 사람은 지난 1970년대 메조 소프라노 가수였던 리터랙이었다. 그녀는 호박덩굴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시끄러운 록음악을 듣는 덩굴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반대방향으로 뻗어나간 반면, 하이든 모차르트 바흐 등의 조용한 클래식을 듣는 덩굴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후 음악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제는 환자치료 등 다방면에서 음악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린음악이 숙취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이동통신사들이 다투어 그린음악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자연소리가 가미된 이 음악을 20∼60분 가량 들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크게 떨어져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술과 안주의 종류에 따라 음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으며,두통해소에 좋은 클래식도 제공된다. 그린음악은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잦은 사람들이 한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것 같다. 해장국이나 사우나로 불편한 속을 풀기보다 음악으로 속풀이를 할 수 있다면,업무지장을 피하면서 정서적인 마음의 안정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