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vs 외국인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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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간 한판싸움이 시작됐다.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달초부터 양측의 투자 종목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중 겹치는 것은 국민은행 하나뿐이다.
기관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하는 방어적 거래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환율 하락에 덜 민감한 종목 등 테마 중심으로 매수하는 상반된 패턴을 보인 결과다.
현재까지 표면적인 수익률은 기관이 약간 앞서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로 사들인 종목은 선물시황에 따라 언제든 매물화될 수 있어 연말까지 어느쪽 수익률이 앞설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관,불안한 우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이달 초부터 29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분석하면 기관투자가가 약간 앞선다.
기관의 평균 수익률은 7.40%로 외국인(5.96%)보다 1.44%포인트 높다.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종목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돼 있는 게 특징이다.
매매의 상당부분을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선물시황에 따라 언제든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철저히 환율리스크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강원랜드 S-Oil 등 환율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거나 환율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종목을 매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환율에 영향을 받는 종목은 쌍용자동차 하나뿐이며,이도 매각과 관련한 블록세일에 참여한 탓이다.
◆엇갈린 매매
기관의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의 이 기간 중 주가상승률은 -3.07%다.
반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현대모비스는 5.22% 올랐다.
순매수 1위 종목 수익률만 감안하면 외국인의 완승이다.
그러나 기관은 최근 히트 종목을 잇달아 터트리고 있다.
순매수 2위인 한국전력과 4위인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한전은 29일 하루 동안 5.67% 올라 2만6천1백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순위도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포스코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몇안되는 환율 수혜주다.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이날 2.11% 오른 19만3천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 KT도 이날 3.84% 오르는 등 이달 들어 14% 이상 뛰며 기관의 체면을 살렸다.
외국인 선호 종목은 골고루 수익을 냈다.
부산은행과 S-Oil은 10% 이상 급등했고,하나은행과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은 7~9% 정도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기관의 경우 최근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냈다"며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 중 어느쪽 매매패턴이 바람직한지는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