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전성시대] '한국영화 봄날' 이유 있었네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98년 CGV강변11이 처음 문을 연 이래 불과 6년만에 멀티플렉스는 한국의 극장지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지난 99년 5천4백72만명에 불과했던 영화관객은 멀티플렉스의 급팽창과 함께 지난해말 1억1천9백만명으로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연말께 국내 멀티플렉스가 보유한 스크린 수(7개관 이상 기준)는 지난해말 5백95개보다 43% 증가한 8백51개에 달할 전망이다.


8백51개는 전체 스크린 1천3백92개(추정치)의 61%에 해당된다.
멀티플렉스들의 급팽창은 4대 메이저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4대 멀티플렉스업체들이 올 연말까지 확보할 스크린 수는 CGV 2백3개,프리머스 1백36개,롯데시네마 1백3개,메가박스(메가라인 포함) 1백5개 등 총 5백47개로 전체 스크린수의 39%에 이르게 된다.


이로써 이들 4대업체가 올 연말까지 끌어들일 관람객은 전체 1억3천만명(추정치)의 57%인 7천4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도심보다는 부도심이나 주택가로 파고들면서 국내 영화관객층을 크게 확대했다.


관객들이 간편한 복장으로 편리한 시간대에 영화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실내 환경도 온가족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손색없을 만큼 쾌적하게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화관을 '불결한 곳'으로 받아들였던 중장년층이 이제는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에 오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다양한 서비스도 고객창출에 기여했다.


인터넷 ARS 휴대폰 등을 이용하는 각종 예매시스템이 도입됐고 신용카드와 통신카드 할인제도,멤버십제도 등으로 각종 할인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시간과 요일별 가격을 차등화해 선택의 폭도 확대했다.


멀티플렉스의 확산은 관람문화의 변화도 가져왔다.


평일 관람객의 증가와 함께 부부와 연인들의 심야관람,온가족이 저마다 골라보는 관람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


영화를 본 뒤 수영과 인라인스케이팅 등을 즐기는 웰빙관람족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멀티플렉스의 팽창이 앞으로 2~3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도 상당수 지역에는 재상영관 외에 극장이 없으며 기존 단관들도 멀티플렉스로 대체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영화관람인구가 지난해말 2.5회에 불과해 미국의 5.7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멀티플렉스 확대의 이유로 거론된다.
그러나 지난 90년대말 미국 멀티플렉스업체들이 과당경쟁끝에 잇따라 도산했던 것처럼 수년 후에는 국내 멀티플렉스업체들도 한바탕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