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건설명가 M&A에 떤다] (1) 해외투자펀드의 표적으로 떠올라


최근 국내 유명 건설회사 기업 인수.합병(M&A) 주체들이 연이어 구속되면서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4개사가 다른 기업에 인수될 정도로 활기를 띠었던 건설업체 M&A의 후유증이 본격화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일부 기업사냥꾼들이 피인수대상 건설업체의 현금이나 자산을 이용해 회사를 인수한 뒤 이익을 챙기는 '머니게임'까지 벌이고 있어 심각한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되살아난 회사들이 고스란히 기업사냥꾼의 재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문제는 연말부터 M&A시장에 나올 대우건설 쌍용건설 현대건설 등 대한민국 간판 건설사도 이런 운명에 처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M&A 위기에 떨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문외한에 가까운 기업사냥꾼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크다.


그렇게 돼면 해당 회사는 다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종업원들은 불안에 떨게 되고 해당 회사 주식을 소유한 소액투자자들도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역량을 가진 업체가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피인수대상 기업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렸다.'


해외 단기투자펀드인 론스타의 극동건설 인수에 대한 M&A 전문가들의 평가다.


론스타가 극동건설 인수로 막대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지난해 5월 극동건설 인수를 위해 투입한 돈은 주식(91.9%) 인수대금 1천4백76억원과 회사채 인수대금 1천2백30억원 등 2천7백6억원이다.


그러나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인수하자마자 회사 내부에 쌓여있던 현금으로 회사채를 조기상환했다.


이어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을 1천5백83억원에 팔아 그 현금을 다시 채웠다.


결국 극동빌딩을 팔아 인수자금의 절반 정도를 회수한 셈이다.


따라서 론스타의 실질적인 투자 원금은 주식인수 대금인 1천4백76억원 정도다.


이마저 마음만 먹으면 회수가 어려운 게 아니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9백67억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다.


M&A 전문가들은 순이익을 전부 배당받으면 향후 3∼5년간에 걸쳐 인수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극동건설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백50억원의 배당가능한 이익잉여금과 1천5백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쌓여있다.


자산 4천9백8억원,부채비율 27%,순이익 9백67억원의 알짜 회사가 론스타의 손에 거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론스타가 나머지 투자원금 회수에 나설 경우 현재로서는 별다른 장애물도 없는 상태다.


이미 나머지 소액주주 보유주식을 거의 대부분 사들여 전체 주식의 97.9%를 확보한 뒤 상장을 폐지해 버렸다.


따라서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모두 배당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주식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어 배당을 많이 하면 할수록 론스타에 유리하다.


유상감자 방식을 통해 인수자금을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론스타는 합법적으로 극동건설을 인수해 정상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다만 국부의 해외유출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대우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앞으로 M&A시장에 나올 대한민국 간판급 건설회사들이 '돈 놓고 돈 먹기'식 머니게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업체들은 알짜배기 자산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투자자금이 마음만 먹으면 돈 한푼없이 인수할 수 있다.


대우건설을 예로 들면 1조2천억원 정도만 있으면 주식의 50% 이상을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사옥 하나만 팔아도 5천억원을 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회사엔 8천억원의 현금이 쌓여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매각 대상 기업들은 "단기성 해외투기자금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해외단기투자 자금의 머니게임을 막을 대안이 현재로선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돈을 가장 많이 내겠다고 하는 업체에 매각하는 구도여서 해외단기투자 자금이 간판 건설사들을 인수할 공산이 크다.
매각 대상 기업의 한 임원은 "국민의 혈세로 되살린 기업을 머니게임의 희생양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