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스타株] '실적+테마' 타고 대박株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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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테러,원자재 파동,환율급락 등 수많은 악재들이 증시를 괴롭힌 한 해였다.
투자심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냉랭해졌고,줄어드는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사상 최저'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기에 바빴다.
하지만 숲은 초라해도 나무들은 잘 자랐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종목들이 줄을 서는 등 전반적으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주만해도 삼성전자가 한때 60만원대를 넘어섰고,포스코는 20만원을 기웃거리고 있다.
1등주보다는 2등주,특히 중소형주의 수확이 짭짤했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등이 주춤거리며 대형주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주 중에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종목이 속출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형주의 주가상승률은 6.08%이지만,중형주는 17.02%에 달했다.
사상 최고가의 '잭팟'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서 더 많이 터진 셈이다.
물론 단기 테마에 의존해 급등한 경우도 많다.
올 들어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오양수산(382.7%)이다.
조류독감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수산주가 주가상승률 상위 20위 안에 3종목이나 끼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장기 소외받은 중소형주가 윗자리를 차지했다.
턴어라운드주인 금호산업이 3백49.0% 오른 것을 비롯해 종근당 이건산업 고려개발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20위 안에 낀 대형주는 SK㈜가 고작이다.
이는 시장의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내부적인 체질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올해 내내 시장을 이끈 화두는 M&A(인수·합병)였다.
연초 SK㈜를 놓고 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이 벌인 지분 경쟁 이후 경영권 위협이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 대한해운 현대상선 삼성물산 등이 M&A 물살에 휩쓸리며 관련 종목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분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도,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종목을 중심으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도 잇따라 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종목이 늘어났다.
M&A 열풍은 '슈퍼개미'라는 기업 사냥꾼을 낳는 계기가 됐다.
슈퍼개미는 위장 M&A로 차익을 실현해 당국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기업가치도 올 증시의 화두였다.
지주회사가 대표적이다.
GS홀딩스 등 지주회사가 잇따라 출범하면서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다.
한화 동양메이저 등의 주가가 연초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은 지주회사라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계열사의 이익을 배당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또 주주에게 고배당을 실시한다는 면에서 투자매력이 높다는 평을 받았다.
기업가치와 관련 가치주 개념도 확실히 정립됐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절대적으로 낮았던 음식료 업체나 중소형 철강주 등이 강세를 나타낸 게 대표적인 예다.
또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S-Oil 주가가 SK㈜와 맞먹는 등 브랜드 파워에 주가가 휘둘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단발성 재료나 기업의 덩치보다는 저평가라는 점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결과다.
오뚜기 샘표식품 등 음식료주의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업실적 호전이라는 재료가 하반기 들어 그 위력을 상실했지만 유가 상승,환율 하락 등의 반사이익을 보는 종목들이 테마를 형성한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원자재난이 심화되면서 철강 관련주가 크게 올랐고,유가 상승으로 정유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올해 증시를 달군 스타 플레이어에 돌아온 맹장들이 끼어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종합기계 등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가 부활한 종목이 그들이다.
현대건설은 건설업종 대표주로 부상 중이며,하이닉스는 진정한 블루칩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기업가치와 M&A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EF(사모투자회사)가 이달 6일부터 본격 허용되고,내년 말에는 기업연금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큰 손들의 주식 수요가 많아지면서 안정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저평가된 종목 역시 지속적인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주식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내년 하반기 경기가 호전될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테마주 위주로 증시가 움직일 것인지,아니면 시장 전체가 유동성 장세를 타고 업그레이드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내년에도 올해만큼 '사상 최고가'라는 훈장을 다는 종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