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CAO 원유선물 투자로 5억달러 날려.. 법원에 곧 파산 신청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CAO(China Aviation Oil)가 파생상품 거래에서 5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입고 파산위기에 직면,'제2의 베어링은행 사태'가 우려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베어링은행 사태는 1995년 영국 베어링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던 젊은 트레이더 닉 리슨이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서 12억달러를 날려 결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까지 몰고갔던 사건이다. 중국 항공사에 독점적으로 비행기용 기름을 공급하는 CAO는 지난 10월 원유선물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기록,곧 법원의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액수인 5억5천만달러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1억3천7백만달러)을 훨씬 넘는 규모다. 이처럼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은 유가가 한창 상승세를 지속하던 10월 유가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원유선물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유값은 이후에도 계속 상승,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리스크 통제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파생상품거래의 평가손이 50만달러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주문을 중단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CAO의 지난해 말 파생상품 계약 규모는 약 13억달러로,이 회사의 총 매출액 15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과다하게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중국 내 지주회사 CAOHC(China Aviation Oil Holding Company)가 대주주인 CAO는 2001년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될 때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를 반영,지난달 29일 거래가 중단되기 전까지 주가는 2003년 초 대비 2백15%나 올라있었다. 한편 SGX는 CAOHC가 10월 기관투자가들에게 CAO 주식 15%를 매각할 때 선물거래에서의 손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내부자 거래와 관련,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