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늑장대처 '고질병' 도졌다.. 시한 또 넘겨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헌법에 정해진 예산안 처리시한을 어기는 '위헌 사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된 것이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소위원장 자리다툼 등으로 2주일 정도를 까먹고 지난달 29일에야 새해 예산안을 예결위에 상정,'지각심의'에 착수하는 바람에 물리적으로 시한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극심한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내년도 예산안의 조기집행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쟁과 당리당략에 매여 입법기관이 앞장서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를 회계연도로 정한 현재의 예산안 제도가 도입된 1963년 6대 국회 이후 예산안이 국회에서 법정기일을 넘겨 처리된 것은 이번까지 모두 16차례나 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15대(1996∼2000년)와 16대 국회에선 대선이 치러진 97년과 2002년 각각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2001년과 2002년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직전인 12월27일에야 가까스로 처리됐다. 여야가 회기만료일인 9일 예산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약속이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예산 규모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게다가 지난 20여년간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에서 처리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21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시한에 쫓긴 졸속심의 우려도 제기된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나라살림은 물론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자체 법정기일(광역 12월17일,기초 12월22일)을 넘기면 지자체들이 자체 예산안을 확정할 수 없어 예산집행이 2∼4개월 늦춰질 수 있다. 정세균 예결위원장은 "회기 내 처리에 최선을 다하되 아무리 늦어도 15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가 어림잡아 예산을 편성한 뒤 내년에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등 큰 차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