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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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근로자들의 소득격차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확대되고,엥겔계수가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음을 잘 나타내준다.
특히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득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통계청은 도시근로자들의 소득격차를 따지기 위해 상위 10% 그룹의 평균소득을 하위 10% 그룹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10분위 배율'을 사용하는데 이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 9배를 넘었다고 한다.
농어촌을 포함한 전국가구를 비교하면 상위 10%와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무려 15배 벌어졌다고 하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수 없다.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는 소비 지표중 하나인 엥겔계수를 봐도 잘 나타난다.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중을 가리키는 엥겔계수는 최근 몇년간 26%선을 유지했으나,올 하반기 28%대로 갑자기 올라갔다.
생활형편이 나빠지면서 먹는 것 말고는 좀처럼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생활습관이 자칫 장기적인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을 더욱 지연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전경련 조사결과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2.2로 나타나는 등 경기전망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엊그제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들의 시행방법이나 시기를 다시 조정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마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격차를 줄이고, 소비를 부추기려면 이미 실시하고 있는 몇가지 정책들을 재조정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정부는 기업 투자확대 유도 등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을 가속화해 안정된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근본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취업을 통해 서민층의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도 되살아나면서 경제가 살아날수 있다.
세계 어디를 봐도 경제가 어려운 나라 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