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건설명가 M&A에 떤다] (2) 기업사냥꾼, 무일푼으로 접수한다

대주주 횡령 사건에 휘말린 남광토건이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재작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지난해 7월 골든에셋플래닝에 인수된지 불과 1년여 만이다. 재도약을 꿈꿨던 남광토건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전까지 상당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남광토건에 이어 재작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매각된 한신공영에서도 최근 대주주 횡령 사건이 터졌다. 두 회사 모두 '새주인'이 불법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져 현재의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기업 매각 시스템이 '기업사냥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남광토건은 거의 무일푼에 가까운 투기세력에게 넘어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구속된 이희헌 골든에셋플래닝 사장은 남광토건을 4백38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계약금 40억원을 지급했지만 잔금을 치를 돈이 없었다. 결국 남광토건 예금으로 3백억원어치의 CD(양도성 예금증서)를 사서 은행에 맡긴 뒤 이를 담보로 3백억원을 대출받아 잔금을 치렀다. 남광토건 회사돈으로 남광토건을 인수한 것이다. 한신공영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구속된 최용선 회장은 재작년 11월 빌린 돈으로 한신공영을 인수한 뒤 회사돈 3백억원가량을 빼돌려 빌린 돈을 갚았다. 결국 지난해 국내 공사 수주실적에서 각각 42위와 28위를 차지한 중견 건설회사인 남광토건과 한신공영이 기업사냥꾼에게는 거저 먹을 수 있는 '먹잇감'에 불과했던 셈이다. 기업사냥꾼에게 넘어간 남광토건은 철저하게 유린됐다. 작년 8월 남광토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희헌 사장은 우선 재무 기획 경영관리 등 기술을 제외한 핵심 분야의 담당 임원들을 측근들로 전면 교체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회사돈 빼내기에 나섰다. 은행권 출신으로 건설사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 사장은 처음부터 지속적인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이 사장은 재임기간 내내 지주공동사업 등의 명목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회사)에 영업보증금과 대여금을 퍼줬다. 당시 남광토건 실무자들은 '사업성도 없는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담보도 없이 이렇게 돈을 줘도 될까'라며 불안해 했지만 사장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이 사장은 잔금은 물론 계약금조차 마련할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빼낸 돈으로 사채시장 등에서 빌린 인수자금을 갚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남광토건은 이 사장의 주도 하에 대여금 등으로 빠져나간 돈 5백70억원가량을 사실상 받기 힘들다고 판단,전액 손실처리했다. 올해 4백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기대됐던 남광토건은 손실처리금 때문에 1백억원가량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워크아웃 졸업 당시 1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던 남광토건에는 이제 간신히 회사를 유지할 정도의 현금만 남았다. 또 "이 사장 재임기간 중 제대로 된 신규 공사 수주는 한 건도 없었다"고 남광토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가진 지분(9.08%) 매각을 통한 새주인 찾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직원들은 매각 뒤의 구조조정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보내고 있다. 한낱 기업사냥꾼이 '알짜배기' 회사인 남광토건을 거덜내고 만 꼴이 됐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