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말연시 '칼바람' 분다..코오롱이어 현대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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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연말 인사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코오롱그룹이 지난달 25일 임원 4분의 1을 해임한 데 이어 3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적이 부진한 임원 30명을 퇴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코오롱 휴비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의 범위를 직원으로까지 넓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내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버텨오던 수출이 환율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자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34명의 승진 인사를 냈지만 신규 임원 선임은 단 한 명에 그쳤다.
반면 30명의 기존 임원들이 옷을 벗었다.
전체 임원의 15%선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여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지만 올해는 원자재 가격 상승,환율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임원 수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4대 그룹 역시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속속 구조조정 행렬에 가담할 태세다.
한 그룹 관계자는 "4대 그룹은 지난 3∼4년간 해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다를 것"이라며 "환율 폭락의 충격이 예상보다 커 남은 것은 구조조정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총원을 감축하기보다는 승진 인사를 억제하면서 근무 기강을 강하게 조이는 방향으로 업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고히 해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환율 급락과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경영환경으로 사업 계획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원들부터 고통을 감내하는 구조조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그룹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회에 고령 임원들을 퇴진시키고 '젊은 피'를 수혈하는 작업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직원들도 인력 구조조정 한파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34명의 임원을 퇴진시킨 코오롱그룹의 주력사 ㈜코오롱은 이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코오롱그룹은 또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의 관리 조직을 통합키로 결정,인력 감축은 전 계열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휴비스도 지난달 수원 공장의 폴리에스터 원사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울산 수원 전주 공장 전체 근로자(2천명)의 30%인 6백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최대 실적을 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아 연말 성과급 규모도 예년보다 많아질 것 같다"면서도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고통을 수반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