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브레이크시스템 연구 '紅三點' 김기영ㆍ이신애ㆍ안소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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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레이크 개발 꼭 남자만 하라는 법 있나요."
자동차 제동장치 등을 생산하는 ㈜만도의 기흥연구소 제동시스템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맹렬 여성 3인은 각종 전자 센서로 작동하는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을 만들기는 섬세한 여성이 오히려 적임자라고 말한다.
미끄럼방지 제동장치인 ABS분야를 맡고 있는 김기영 연구원(서울대 기계항공·26), ESP(차량안정성 제어장치)를 담당하는 이신애 연구원(국민대 자동차공학·27), 속도제어분야에서 근무하는 안소현 연구원(서울대 기계항공·27)이 그들이다.
입사 2,3년에 불과한 이들이지만 일 욕심은 1백50여명의 고참 연구원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제동장치를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급정거를 하다 보니 이젠 난폭 운전자(?)가 됐다.
과속,급차선 변경,빙판길 제동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자신들이 설계한 브레이크가 어떤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수없이 반복,파악해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0.01초와 싸워야 하는 마음으로 한치의 오차가 없도록 제동 시스템 작동과정을 미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들의 연구 활동은 실제 브레이크 장치 개발부터 실차 적용까지 전체 사이클을 관장한다.
로직을 개발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튜닝 작업까지 이들의 몫이다.
제품 양산을 앞두고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차만 타야 한다.
겨울에는 가혹한 자연 조건에서 동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스웨덴이나 중국을 찾아 7∼8주를 머물러야 한다.
남자 연구원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의 강추위와 싸우려면 다부지고 당찬 프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이들은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만도의 기술력을 인정한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도 만도의 제품을 믿고 써주기 시작했다.
실제 보쉬 등 경쟁사도 만도의 신장된 기술력을 경계의 눈으로 볼 정도다.
김기영 연구원은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중요한 역할을 맡겨준 회사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미혼인 세명 모두 결혼한 뒤에도 엔지니어로서 인정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