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량 적은 주식 살짝 건드려도 펄펄..'산타랠리' 어떤 종목이 이끌까


"현재 증시는 공급부족에 따른 전형적인 수급장세다.결국 수급여건이 좋은 종목을 골라 사는 게 연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투자대안이다."(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


경기부진,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증시를 상승시킬 뚜렷한 모멘텀(動因)이 없는데도 주가는 상승,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의 시장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주가가 오르게 되는 "수급장세"라는게 핵심 포인트다.


실제 최근 증시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감소해 유통비율이 줄어드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투자기피에 따라 현금이 넘쳐나는 기업들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을 회피하면서 증자 등을 통한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기술적 분석가인 이윤학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상승장이 유동성 증가로 수요가 촉발되는 금융장세였다면 최근 상승장은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통되는 물량마저 잠겨 주가가 상승하는 전형적인 수급장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량주식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외국계 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따른 지분 경쟁으로 유통물량을 걷어들이면서 매수세가 조금만 가세해도 주가가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석규 사장은 "수급장세에서는 이 같은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의 경우 과도한 추격매수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유동물량이 적은 주식
LG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거래소시장 시가총액 상위 1백개 기업의 유통비율은 지난 2001년 9월 37.3%로 정점을 이룬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26.8%로 급감했다.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국내 기업 대주주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이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투자자들의 성향이 우량주 장기투자 쪽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시총 상위 1백개 기업 중 유통비율이 가장 낮은 종목은 INI스틸로 2.6%에 불과하다.


롯데제과(5.8%) 신도리코(6.0%) 롯데칠성(6.1%) 한라공조(6.6%) 대림산업(7.7%) 등도 낮다.


대형주 가운데서는 외환은행(8.0%) 한국전력(8.3%) 우리금융지주(8.6%) 등이 대표적이다.


이윤학 연구위원은 "실제 이런 종목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소폭 매수세가 붙어도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과 대주주 지분이 늘어나면서 유동주식의 비율이 급감한 종목도 관심거리다.


대구은행은 최근 1년사이 외국인 지분율이 24%포인트 늘어나면서 유통비율도 그만큼 격감했다.


한국전기초자는 대주주 지분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데다 외국인도 매수에 가담해 유통비율이 1년 전에 비해 21.4%포인트 감소했다.


이밖에 부산은행 현대상선 등도 유통비율이 1년 전보다 각각 19.8%포인트,15.6%포인트씩 줄었다.


◆경영권 분쟁이 수급상 호재가 되는 종목


외국인 등 외부세력과 경영권 다툼으로 지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기업,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업 등도 수급요인에 의한 주가상승 가능성이 큰 종목들로 분류된다.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향후 임시주총이나 정기주총에서 소버린과 이사진 교체 등을 놓고 표대결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 올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이전까지 우호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비율이 10% 안팎이어서 우호세력이 주식 매입에 나설 경우 수급상 호재가 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삼성물산,외국계 해운회사와 관련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대한해운과 현대상선도 이 같은 범주에 속하는 종목들이다.


이밖에 경영권 분쟁은 아니지만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기관 매수 가능성으로 수급여건이 좋아질 예정인 LG필립스LCD도 단기 유망종목으로 꼽힌다.


외국계 1,2 대주주 지분율이 80%를 넘어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국유리와 최근 대주주가 지분율을 92% 이상으로 늘리며 상장폐지를 검토 중인 대구가스도 관련주로 거론된다.


실제 상장폐지될 경우 소액주주 지분을 보통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일 것이라는 점도 호재로 지적된다.
이달 중 거래소시장에 상장될 CJ-CGV도 상장 초기 유통물량이 10% 미만이어서 수급사정으로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평가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