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달러 약세전망과 두바이 선언

미국 달러가치의 약세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한달동안 미 달러가치는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평균 4% 정도 급락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달러가치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여러 변수가 있으나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달러약세에 대한 입장과 지난해 9월에 합의된 '두바이 선언'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달러약세는 경상거래 측면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기회복과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지나친 달러가치 하락은 증시를 비롯한 자본시장에서 외국자금의 이탈을 초래해 민간소비와 경기가 둔화되는 역(逆)자산 효과가 우려된다. 일본도 1995년 당시처럼 지나친 달러약세(엔화 강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 비록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엔고(高)에 따른 디플레 효과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회복세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정은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유럽이 일본보다 더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경기에 문제가 없는 미국은 아시아 국가와의 무역불균형과 재정적자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유럽과 일본은 완만한 경기회복세를 끌어올리는 대신 중국을 비롯한 일부 개도국들은 지난해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과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환시장 측면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달러약세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열렸던 대부분 선진국간의 회담에서 '앞으로 국제통화질서는 달러약세를 골간으로 하는 유연한 체제를 유지해 나가자는 이른바 '두바이 선언'에 합의하고 거듭 확인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국제통화질서는 이원(二元)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간의 통화가치는 원칙적으로 시장흐름을 존중하는 대신에 그동안 경제발전과 공산주의 세력 방지 등의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높게 유지해 왔던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심이 돼서 시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두바이 선언을 무시하고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약세를 유도해 나갈 경우 일본과 유럽은 자국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들의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미 2년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통화마찰 혹은 통화전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먼저 개별국가 차원에서 여건만 허락된다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자국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는 길이다.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아시아 국가 전체로는 그동안 논의해 왔던 공동기금 설립과 통화스와프 협정체결,공동채권시장 육성,단일통화(아시아 유로) 도입 등의 공조방안이 빠른 시일내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일정수준의 달러약세를 용인해 주는 대신에 스스로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 나갈 수 있도록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수록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