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통령의 외교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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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출범 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를 짓누른 가장 큰 요소는 북핵 문제였다.
그 연장에서 미국과 관계 재정립이 큰 숙제였고,일본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주변 4강국과 우호적인 관계 정립이 그 다음으로 부담 가는 과제였다.
남미 3국을 방문하고 영국을 첫 국빈방문한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은 북핵해결을 주요 의제로 부각시켰다.
이런 시점에 노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 3개국중 하나인 폴란드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바르샤바에서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기조의 북핵 해법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교민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4일(현지시간) 폴란드 동포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밝히면서 "(현지의) 대우전자를 다녀왔는데,긴 설명 안드리고 기분이 억수로 좋습니다"라며 해외로 진출해 자리잡아 가는 한국기업을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폴란드 동포라고 해봤자 총 5백명 남짓하다.
그중 기업의 지·상사 주재원이 절반을 넘는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미국 일본 등지의 교민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숫자다.
그러나 벤처기업처럼 성장 가능성은 폴란드 교민사회가 더 커보였다.
5일 전 노 대통령은 총 2백50여명의 한국교민이 생활하는 라오스를 방문했다.
라오스 교민사회도 소수이고,국제사회에서 섬같은 오지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폴란드의 동포간담회에서 '환영 박수'가 다른 어느 곳의 동포간담회때보다 길었다.
라오스에서도 한·라오스 직업훈련원 개원식 등에서 동포들로부터 반가운 인사소리를 들었다.
교민들만이 아니라 방문 국가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폴란드 고위 당국자는 "역사적"이라고도 했다.
폴란드는 수교 15년만에 첫 한국 대통령의 방문이고,라오스 역시 수교,재수교 이래 첫 방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핵해결이 시급하고 미국도 중요하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가닥이 잡혀감에 따라 노 대통령의 외교적 안목도 여러 차원에서 넓어질 때가 된 것 같다.
바르샤바(폴란드)=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