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 이후 해외포교 잘될까 ‥ 다비식에 외국인 제자들 북적

'글로벌 다비식(茶毘式).' 지난 4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열린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의원 숭산 대선사의 다비(불교식 화장법) 행사를 일부 참석자들은 이렇게 불렀다. 미국 독일 폴란드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피부색이 다른 5백여명의 제자들이 영결 및 다비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빈소는 대봉(계룡산 무상사 조실),현각(화계사 국제선원장),무량(LA 태고사 주지) 스님 등 벽안(碧眼)의 제자들이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특히 사찰의 전통적인 다비식에 'What Am I?(나는 누구인가)' 'Good and Bad have no Self-nature(선악에는 자성이 없다)' 등 영어 독어 불어 등 외국 문자로 쓴 만장이 등장한 것은 초유의 일.지난 40년 가까이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린 숭산 스님의 업적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영결식에 앞서 만난 현각 스님은 "생전의 숭산 스님은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는 모범적인 부모 같은 분이셨다"라고 회고했고,헝가리 출신의 청안 스님은 "스님의 육신은 가셨으나 마음은 아직 여기 있다"며 "큰스님의 가르침을 더욱 갈고 닦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숭산 스님이 없는 상태에서도 해외 포교가 잘 되겠느냐는 것.세계 30여개국 1백20여개 선원이 무리없이 운영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현각 스님은 "스님은 이미 25년여 전부터 선(禪)을 제도할 제자들을 키웠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숭산 스님이 그간 양성한 해외 제자들은 5만여명.숭산 스님은 이들의 수행정도를 점검해 법사,지도법사,선사 등의 자격을 주고 역할을 맡겨왔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양성한 법사는 8백여명.숭산 스님에게 깨달음을 인가받은 선사(Zen Master)가 성향 대광 우봉 우광 대봉 등 12명,선원을 맡아 신자들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법사가 현각,무심 스님 등 26명이다. 숭산 스님을 40여년간 모셔온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은 "미국 프라비던스의 세계선센터를 중심으로 세계 조직이 구축돼 있고 한국인 스님과 똑같은 자격을 지닌 조계종 승적의 외국인 제자가 60여명에 이르므로 이들을 통해 한국불교는 더욱 뻗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숭산 스님이 해외에서 조직한 '관음선종'은 재가자의 승복 착용과 법사나 선사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승속(僧俗)의 구분과 차별이 엄격한 한국불교 전통과 다른 점도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예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