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입지 좁아진 노조, 이젠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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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노조가 전투적이고 강하지만 국민정서 때문에 수세에 있다"며 "고립상태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다.
집단이기주의로 기운데다 강경일변도로만 치달아 국민여론의 질타를 자초한 노동계의 현주소를 정확히 지적한 발언이자 노동운동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이만저만 우려스런 것이 아니다. 툭하면 파업부터 벌이면서 산업현장을 마비시키는 행태는 국가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뿐 아니라 근로자 자신과 소속 회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근로조건과는 직접적 관련도 없는 노조의 경영참여,사회공헌기금 조성,이라크 파병문제 등 정치적 이슈까지 명분으로 삼아 무리한 파업을 일삼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최근의 경우를 봐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법안 처리 문제나 철도노사 협상과 관련해서도 노동계는 총파업이란 강경 카드를 습관적으로 내밀었다. 다행히 이번엔 큰 충격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노동운동의 행태가 아직도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노동계 지도부는 지금이야말로 노동운동의 기반이 와해될 수도 있는 중요한 고비에 처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조조직화율은 11.6%에 불과한데다 그것도 최고 대우를 받는 대기업 위주로만 구성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균 연봉 4천만∼6천만원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그것도 부족하다며 온갖 핑계로 파업을 벌이는 행위가 90%에 가까운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이 대기업노조들이 힘으로 밀어붙여 과도하게 임금을 인상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대기업으로선 임금인상 부담을 커버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그리 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들의 몫을 줄여 최고대우를 받는 대기업근로자들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이기적 노동운동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노동계는 이제야말로 노동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리한 파업을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근로자들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합리적 형태의 노동운동을 적극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