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건설명가 M&A에 떤다] (4) 건설사 매각방식 문제는 없나

한신공영과 남광토건을 인수한 새 대주주들이 잇따라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자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건설회사의 매각방식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빌린 돈으로 회사를 인수한 새 대주주가 회사 돈으로 인수자금을 갚은 뒤 회사의 자산을 거저 차지하는 행위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매각을 담당하는 채권단과 법원은 물론 매각협상 이후 검증을 담당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추구하는 '최소비용의 원칙'과 사회적 요구인 '제대로 된 주인찾아 주기'가 충돌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과제이다. ◆'최소비용 원칙' 논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13조는 최소비용의 원칙을 규정해 놓고 있다. "공적자금의 투입비용이 최소화되고 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여 공적자금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현실적으로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원매자에게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과 법원 등은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응찰자들을 평가한다. 자산관리공사(KAMCO) 관계자는 "부실기업 매각입찰에서는 가격과 경영능력,자금조달 방식,향후 경영계획 등을 따지게 된다. 이 가운데 가격이 전체 평점의 70∼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을 받아야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실기업 매각입찰에서는 인수가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회사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한신공영과 남광토건의 사례는 매각대상 회사에 쌓여 있는 현금으로 빌린 인수대금을 갚는 형태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결국 매각주체인 채권단과 법원이 원매자의 자금조달 방식과 능력,장기적인 경영능력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매각 사례 지난 2002년 5월 쌍방울 매각을 담당하고 있던 채권단(주채권자 KAMCO)과 법원은 3천1백5억원을 써낸 애드에셋 컨소시엄과 3천30억원을 써낸 코러스컨소시엄 가운데 애드에셋컨소시엄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가격차가 75억원에 불과한데다 실제 경영을 담당할 우량 회사를 전략적 투자자로 참가시키는 등 경영능력 및 자금조달계획 등에서 코러스컨소시엄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과 법원은 애드에셋에 회사를 넘겼다. 이후 쌍방울은 옛 사주의 개입 의혹과 경영권과 관련된 각종 잡음을 불러일으킨 끝에 대한전선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돈 몇푼 더 받으려다 회사를 망칠뻔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구조조정업계의 평가다. 매각을 앞둔 대우종합기계는 단기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매각 초기 '기간산업'인 기계사업체 매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투기성 펀드의 참여를 제한할 것인지,노조의 참여를 어떤 형식으로 보장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JP모건같은 펀드와 노동조합도 입찰에 참여토록 문호를 개방했다. 이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인 두산이 1조8천9백억원이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산은 특히 인수 후에도 대우종기를 합병이나 분할 없이 독립 자회사로 유지하고 향후 3년간 종업원 고용을 1백% 보장키로 약속했다. 두산이 써낸 가격은 2위 효성의 응찰가(1조2천억원)보다 1.5배 높은데다 대우종기를 장기적으로 경영할 전략적 투자자라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현금을 다량으로 보유한 업체를 매각할 때 사회적 책임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이들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도록 유도하는 한편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가능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