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모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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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가장 으뜸되는 덕목은 아마도 예절일 것이다.
예절이야말로 남을 배려하는 첫 걸음이며 스스로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러하기에 예절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서 항상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행하지 말라"는 논어의 가르침은 행위의 기준이 되는 금과옥조였다.
이렇듯 숭상하기까지 했던 예절이 실종됐다는 한탄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생활이 복잡해지고 사람들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일 게다.
하기야 "요새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공자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의 세태를 그리 탓하지 말라는 얘기들도 한다.
그렇다 해도 요즘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감한다.
단적인 사례가 휴대전화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하고 문자를 보내고 고스톱 같은 게임을 즐기는 탓에 지하철과 버스안은 온통 소음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연신 울려대는 각양각색의 신호음소리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음악회 등의 공연장에서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전국민을 충격속에 몰아 넣은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휴대전화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예절지키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동전화를 뜻하는 모바일과 에티켓의 합성어인 이른바 모티켓(motiquette)이 바로 그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몰상식하게 통화하는 자들을 계몽한다'라는 구호를 내건 모티켓은 '올챙이송'이나 '당근송'처럼 재미있는 가사에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곁들인 노래로 만들어졌다.
"공중화장실에서 힘차게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통화를 자제하라"는 엽기적인 내용들도 많다.
모티켓송은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그리고 미니홈피 등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남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즐기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떨쳐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모티켓이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