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 미수범, 법개정후 첫 사법처리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람이 처음으로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헌섭 부장판사는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 운영에 필요한 핵심기술 자료를 유출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씨(35)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기술유출 미수범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것은 김씨가 첫 사례다. 그동안 기업의 핵심기술을 외부로 빼내려다 미수에 그친 사람의 경우 처벌 근거가 없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7월21일부터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해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미수범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해졌다. 개정 법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범(일명 산업스파이)에 대해 우선 고소·고발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친고죄 규정을 없앴다. 관련 조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했던 미수·예비·음모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처벌 대상도 '전·현직 임직원'에서 '누구든지'로 넓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미수에 그쳐 이득을 취하지 않은 데다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기술유출 미수범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법 개정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명 반도체업체인 A사의 전직 연구원인 김씨는 5차례에 걸쳐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 운용을 위한 프로그램 3백30여개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로 전송한 뒤 미국 I사로 옮기면서 빼가려다 검찰에 검거됐다. 한편 재판부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대해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즉각 항소키로 했다. 강동균·정인설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