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빠를수록 좋다] (4) 외국의 경제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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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러짜리 연필이 어느날 갑자기 10달러로 올랐어요.그러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교사)
"사람들이 연필을 안쓰고 볼펜을 써요."(학생)
"몽당연필 쓰는 사람이 늘어나요."(학생)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의 한 장면이다.
언뜻보면 별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교사가 "매뉴얼"에 맞춰 진행하는 수업이다.
미국 경제교육 매뉴얼 제8주제는 "시장에서 가격의 역할".초등학교 4학년생 정도가 배워야 하는 주제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에 따라 소비자와 생산자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가르치기 위해 제작된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에 따라 경제교육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주제라도 중학교 2학년생 수준에 이르면 내용이 더 깊어진다.
학생들은 옆반 학생,혹은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는 주스의 수량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 다음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격과 사람들의 구매 행태를 분석하는 과제를 받는다.
이처럼 미국 초중생들은 미리 짜여진 매뉴얼을 바탕으로 경제교육을 받는다.
매뉴얼은 20가지 주제로 이뤄지며 학년에 따라 이해해야 하는 개념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그 학년에 꼭 알아둬야 할 경제·시장개념을 매뉴얼로 정해놓은 것이다.
물론 미국 교사들은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때문에 전국에서 상당히 균질화된 경제교육을 실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매뉴얼을 만드는 곳은 전국경제교육협의회(NCEE:National Council on Economic Education).미국의 경제교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미경제교사협의회 및 주요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과 함께 매뉴얼을 작성한다.
실생활과 밀접한 사례들을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민간에서 만든 매뉴얼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알게 모르게 체제논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매뉴얼과는 달리 시장경제원리를 기반으로 여러 관점의 경제시각이 포함되기도 한다.
대학의 경제교육센터와 전국경제교육협의회는 또 최근의 경제 이슈를 경제교사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를 위한 팸플릿을 제작해 배포하는 활동을 벌인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제이슈에 대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교사가 충분히 경제 현상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지식을 측정하는 공식적인 시험이 마련돼 있다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미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두 가지.초등학생은 BET(The Basic Economic Test)를,중학생은 TEK(Test of Economic Knowledge)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경제지식을 얼마나 소화했는지를 평가받는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 자료를 바탕으로 지도방법을 결정하거나 보충·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
공식적인 시험 외에도 교사들이 특정 탐구내용에 대해 1페이지 정도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케 하는 방법으로도 학생의 능력을 측정한다.
경제문제에 관한 1페이지 보고서 숙제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부터 시작된다.
경제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일반론을 교육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