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재테크다!] "경기보다 기업 펀더멘털에 관심을"
입력
수정
"경기 전망에 근거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 방식'은 이제 국내 증시에서도 설 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종목 분석 능력이 주식투자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는 국내 증시가 경기라는 '거시' 측면보다는 선진 증시처럼 개별 기업들의 실적과 밸류에이션(펀더멘털 대비 주가 수준)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출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 등 일부 대형주에만 악영향을 미칠 뿐,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중소형 종목들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가고 있다.
강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이익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어 안정성이 높아졌지만,여전히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이 많다"며 "최근 몇년간 외국인 매수세,적립식 펀드,변액보험 등으로 수급 기반이 탄탄해져 이들 저평가 종목들이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네자리 지수 전망
강 전무는 내년 종합주가지수는 850∼900선에서 시작해 1,0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 이후 내수와 수출이 동반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지난 4∼5년 동안 국내 경기는 '절름발이' 성장을 해왔다고 진단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부동산 등 내수소비만이,그 뒤 올해까지는 수출만이 호조세였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4∼5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과 내수가 함께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 전망은 아직 유동적이다.
경기 회복의 속도 및 강도와 이에 따른 IT와 금융주의 반등 정도에 상승폭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회복세가 크지 않으면 1,000∼1,050선에서 고점을 찍고 조정을 받을 것이며,예상보다 크다면 내년 내내 네자리수 지수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어떤 경우든 2006년부터는 분명 네자리 주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당분간 항공·통신·유틸리티업종 주목
강 전무는 그러나 현재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싼 업종과 주식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항공·운송,유틸리티,통신,철강업종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원화 강세 추세의 수혜가 예상되거나,중국 수요 등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들이다.
종목으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전력 SK텔레콤 KT POSCO 동국제강 등을 꼽았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LCD 등 디스플레이 업종이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 외에도 중소형주들이 재평가를 받으면서 제2의 농심과 태평양이 되는 사례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이익률 지표와 배당수익률이 높고,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종목들이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증시의 최대 화두였던 배당주 강세 현상은 200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이제 많이 투명해져 대주주 입장에서도 배당말고는 그 동안의 성과를 회수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간접투자가 안정된 수익 보장
강 전무는 이제 개인투자자가 간접투자를 해야만 하는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비중이 40%를 넘고,기관투자가들도 수백개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투자 수익은 점점 운(運)적인 요소가 사라지고,리서치와 기업분석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분석하고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일은 일반인이 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확고한 운용철학이 있고 운용수익률이 검증된 회사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직접 투자하려는 개인들은 '주식=대박'이란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물가 금리가 모두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주식을 통한 목표수익률 또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목표수익률을 낮춘 상황에서 최근 몇년 동안 꾸준한 수익을 냈지만 성장성은 낮아 PER도 낮고,배당수익률은 은행 금리보다 높은 종목을 골라 투자하면 안정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안정지향적 투자가 8월 이후 상승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주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1.경기 전망보다 종목 분석에 집중하라
2.간접투자 비중을 늘려라
3.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종목을 공략하라
4.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린다는 고정관념을 바꿔라
5.투자기간을 3∼5년으로 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