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현장 가보니…"연리 30% 사채로 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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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적자상태에서 올 들어 흑자로 전환했는데도 은행에서는 과거 실적만 보고 상대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월 2.5%,연 30%나 되는 사채를 쓰고 있습니다."(울산 자동차부품업체 Y사)
"지난해에 비해 원자재값이 1백%가량 올랐는데 판매단가는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주문은 그런대로 들어오지만 채산성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주문을 반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광주 자동차부품 사출업체 D사)
"제품이 팔려서 대금이 들어와야 자재값을 지불해 줄 것 아닙니까.
물건이 팔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팔아도 돈을 제때 받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돈이 안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천안 철체제작업체 A사)
울산 광주 천안공단에 있는 일선 중소제조업 사장들이 현장을 찾은 기협중앙회 직원들에게 털어놓는 하소연들이다.
기협중앙회는 2백여명의 전임직원을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울산 광주 천안·아산 3개 지역의 8백12개 중소기업에 직접 보내 경영실태조사를 벌였다.
앉아서 하는 설문조사 대신 현장에 직접 나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상당수 기업이 극심한 판매부진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기협중앙회가 13일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55.7%)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줄었고 20% 이상 급감한 업체들도 20.7%나 됐다.
또 조사대상 업체 중 43.6%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외상대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8%는 30일 이상 지급을 미루고 있었다.
심지어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하고 있는 업체도 21.4%에 달했다.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조사업체의 82.9%가 현 경기상황을 위기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서도 60.4%가 '2006년 이후'를 꼽았다.
사실상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답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71.2%가 내년에 투자계획이 없거나 유보한 상태라고 답했다.
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은 전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